미국 도서관에서 발견한 한국 책 읽기
미국 도서관에서 '김미경의 인생 미(美) 답'을 빌려왔다.
아주 오랜만에 읽은 자기 계발서였다.
자기 계발서를 열심히 읽던 시절이 있었는데 가끔은 읽다 보면 자기 계발이 되는 게 아니라 자기 괴리에 빠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 종류의 책들과 점차 거리를 두기도 했었다.
제목이나 광고에 끌려서 책장을 처음 펼 때는 작가의 진취적인 글과 열정에 의욕이 솟구치다가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의 성취와 열정에 미치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과 열등함이 더 선명하게 자각되어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자기 계발서를 집어 든 이유는 '인생 미(美) 답'이라는 책 제목과 '소소한 문제들에서 자신을 위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쓰여 있는 책 표지 때문이었다.
소소한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들여다보고 나를 위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라….
도서관을 찾은 날, 인생의 소소하고 자질구레 한 문제들을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었던 나에게 이 책이 답을 줄 것 같아서 책을 집어 들었다.
김미경,「김미경의 인생 미(美) 답」, 한국경제신문, 2016
세상에는 내가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뜨거운 열정으로 인생을 사는 사람이 참 많다.
이 책의 저자인 김미경 씨도 내가 들어본 여러 인생 중에 손에 꼽힐 만큼 열정적으로 살고 있었다.
이 책은 저자가 열심히 살아온 인생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과장이나 과시 없이 따뜻하고 우정 어린 마음으로 적어간 책이다.
'있잖아요'라며 마치 옆에서 함께 수다 떠는 것 같이 차근차근 들려주는 이야기에 '그렇지, 정말 그래.' 하면서 책장을 넘겼고, 글을 읽으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지만 껄끄럽고 불편했던 내 삶의 순간들을 돌아보고 저자의 문장을 통해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해체되는 느낌을 가져본 적 있으세요? 해체되지 마시고 다시 나 자신을 모아 보세요. 그 잃었던 자신, 해체된 나 자신을 모을 때 쓰는 최후의 주문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아침마다 일어나서 혼자서 내 가슴에 얘기해보는 거예요. "나야, 나. 이 세상에서 가장 쓸 만한 사람은 바로 나야."
'행복'이란 말은 가끔은 거만한 단어라는 생각도 들어요. 너무 많은 좋은 것들을 다 곱해야 겨우 말할 수 있는 단어 같은 거죠. 그런데 '복'이란 단어는 참 겸손한 단어예요. 자그마한 안정감, 즐거움도 '복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니까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얘기를 해줬어요. 너무 장기 계획을 세우고 계획이 없어서 인생이 안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사실은 오늘이 없어서, 오늘이라는 토대가 없어서 내일 딛고 설 땅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오늘이란 땅을 딛고 서는 거란다, 라고요. 멀리 있는 미래에 대한 짝사랑 대신 오늘을 뜨겁게 포옹해주세요.
이렇게 서로 살아내 가는 것, 그래서 일 년 일 년 더 나이 들어가는 것, 그것 자체가 사실은 위대한 업적입니다.… 사실은 사람이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이 그렇게 살아내면서 시간을 견디는 것이거든요. 아무것도 한 것 것 없어,라고 느껴질 때마다 그래도 살아냈잖아,라고 스스로 매일매일 그 자격증을 확인해주세요.
피아노 학원 원장에서 삶의 지혜를 나누는 강사로, 여러 책을 집필한 저자와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방송인으로 그리고 미혼모를 돕는 비영리 패션 브랜든의 디자이너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독이고 채찍질하며 인생을 헤쳐 나온 저자가 쓴 글답게 너무너무 따뜻하고 섬세하며 자상하게 위로를 안겨주는 많은 글들로 가득 찬 좋은 책이었다.
다 옮겨 적을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아픔들까지도 돌아보는 저자의 주옥같은 생각이 담긴 글을 한줄한줄 읽으면서 정말로 내가 매일 마주하는 소소하고 자질구레하지만 불편한 감정과 순간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책을 다 읽은 뒤 책상 위의 있는 이 책이 눈에 띌 때마다 떠오르는 건 내가 위로받았던 글이 아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뜨거워지는 인간 김미경의 열정과 마음이 시키는 일에 뛰어드는 그의 용기 그리고 그 도전을 통해 성장하는 그의 인생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김미경이라는 저자의 열정에 미치지 못하는 나의 미지근한 열정과 머뭇거림 그리고 두려움에 대한 더 불편한 자각이 내 마음을 콕콕 쪼아대었다.
저자는 단 한 줄도 자신을 자랑하거나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는 글을 적지 않았음에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나누며 인생을 개척해온 경험에서 나온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의 글을 담은 책이었음에도 이상하게 그랬다.
따뜻하고 우정 어린 글에서 제대로 위로받고 인생을 계발하려는 의욕도 얻지 못하는 나의 못난 어리석음이 신경에 거슬려 책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거나 그 책이 안 보이는 척 지나치기도 했다.
저자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그런 나 자신이 언짢아서 괜스레 그 책을 빌려온 것을 조금 후회하기도, 그 책에 공감하며 열심히 읽고는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나 자신에 공연히 부아가 치밀기도 했다.
자기 계발서는 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때는 그 책의 저자들의 말이 위로와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들의 격려와 위로가 나 자신의 부족함을 더 파헤치는 기분을 주기도 한다.
마치 10전 완패한 것 같은 기분으로 100전 101승 한 사람이나 칠전팔기쯤은 거뜬히 하며 산 사람들의 자서전을 읽었을 때처럼 말이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마음과 좋은 생각을 갖지 못하는 것을 보니 한동안 자기 계발서를 멀리해야겠다.
자기 계발서를 읽고 발전이 가능하려면 책 속의 내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가 보다.
한 가지 더, 역시 책은 이끌림이 있는 제목과 독자의 필요를 꼭 집어내는 광고 문구가 중요하다.
책 표지에 쓰인 글에 이끌려 이런 기분일 걸 어느 정도 예상한 나에게 이 책이 다시 자기 계발서를 집어 들게 만든 것을 보면 말이다.
어쨌든 얼른 책을 반납해서 이 책을 읽고 위로와 격려를 받을 준비가 된 다른 이들이 책을 읽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쇼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