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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Sep 28. 2020

틀린 답이 없는 미국 학교에서 정답을 배운다.

틀린 답이 없는 미국 교실에서 자기반성을 하는 한국인입니다.


생존 영어로 미국 학교의 특수학급에서 보조 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미국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생존의 기술, 그리고 그 몸부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새 학년이 시작되었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는 아직까지 온라인 수업이 진행 중이다.

온라인 수업 일환  Extended Learning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보충학습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교사 : "12+13이 뭐지?"
학생 : "24"
교사 : "좋아, 비슷해."
나 : '뭐? 비숫하다고? 틀렸잖아.'
학생 : "27"
교사 : "음, 비슷해"
나 : '뭘 비슷해. 더 틀렸구먼.'
학생 : "25"
교사 : "맞았어. 잘했어."

나와 함께 2학년 수업을 담당하는 Ms.C와 2학년 아이들이 화면에 대고 수학 공부하면서 나눈 대화의 일부다.




미국 학교에서 일하며 알게 되었다.
미국 초등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틀렸다고 하지 않는다.

모든 교사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이 틀린 답에 "Wrong" 대신 "Close"라고 말한다.
정답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렇다

아이들의 답은 언제나 정답 가까이에 있다.

일단 답을 생각하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답을 향해 가는 것이니 말이다.
학생들은 답은 정확히 몰랐지만 자신의 대답이 정답에 가까웠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 아이들은 교사의 질문에 답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모양이다.

미국 초등학교 수업시간에는 오답이 없다.
'정답'과 '정답에 가까운 답'만 있을 뿐이다.

물론 시험을 치를 때 틀린 것은 당연히 틀린 것이다.
오답에 정답에 비슷하다며 반점을 주지는 않는다.




교사에게 질문을 받은 학생이 말했다.
"음, 난 답을 알지만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아요."

교사는 "그럼 대답이 하고 싶어 지면 말해"라며 다음 학생으로 넘어갔다.

다음 학생이 말했다.

"지금은 생각이 안 나요."

교사는 "생각이 나면 말해달라"라고 했다.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뭐야, 결국 모르면서 모른다고 말하기는 싫다는 거잖아.'
나는 학생과 교사의 대화가 매우 어이없었다.


미국 학교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모른다고 말하는 학생은 매우 드물다.
학생들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답을 말할 기분이 아니거나 잠깐 생각이 나지 않을 뿐이다.

교사도 이미 학생이 답을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교사는 학생의 말을 존중하며 학생의 기분과 상황을 받아들여준다.


미국 교육의 힘은 틀린 답이나 모르는 답이 없는 학생과 그것을 허용하는 교실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미국 애들은 잘도 따박따박 논리 있게 자기 생각을 말한다.
그것이 미국이 강대국이 된 원천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매우 소심하고 몹시 부끄러움을 탔던 어린 시절, 수업 시간에 선생님들의 질문을 받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내 답이 틀렸을까 봐 겁이 나서 어떻게든 몸을 조그맣게 움츠리며 선생님의 주목을 피하려고 애썼다.


수업 시간에 틀렸다는 말을 듣는 것이 늘 두려웠던 나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을 때, 틀린 답으로 아이들에게 수치심을 주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십삼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오답에 "아니지, 다시 생각해봐."라고 반응하곤 했었다.
틀렸다고 하지 않았으니 그만하면 교육자로서 긍정적으로 대응한 거라 스스로를 대견히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 "아니"라는 말은 틀렸다는 말과 다른 단어 같지만 그 아이 답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단정한 것이었다.
그것을 교단을 떠난 지 십 년 가까이 되어서야 남의 나라 교실에서 깨달았다.

자신의 틀린 답에 비숫하다는 교사의 말을 듣고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아니라"는 내 대답을 들으며 자랐을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틀린 답이 없는 미국 교실에서 오늘도 한국인 보조 교사는 자기반성을 한다.




아이들은 답을 모르지 않는다.

잠깐 답이 생각나지 않거나 답을 말할 준비가 안 된 것일 뿐이다.

세상에 틀린 답은 없다.

아이들의 답은 틀린 게 아니라 정답과 비슷한 것이다.

정답과 정답에 더 가깝거나 덜 가까운 답만 있는 것이다.


오늘도 틀린 답이 없는 미국 교실에서 정답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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