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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른 아이들 VS
남들과 다르지 않은 교사들

특별한 아이들과 보통 교사들 이야기

by 날마다 소풍

지난봄과 여름의 시작을 함께했던 남들과 너무나도 다른 열세 명의 아이들을 떠올려본다.

남다른 아이들을 떠올리면 남들과 다르지 않은 아주 평범했지만 특별했던 동교 교사들이 떠오른다.




절대로 한 두 문으로 요약할 수 없는 너무도 특별한 아이들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일반적인 성향이나 성격으로 규정하기에 남다른 아이들은 너무나 남들과 달랐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남다른 반의 구성원을 요약정리해보자면… 이렇게 표현하면 되려나?


곱슬머리의 귀여운 얼굴 그렇지만 센 엄마로 인해 요주의 인물로 분류된 R,
작은 키로 우리 보조교사들의 대장 역할을 하던 조증과 울증의 오가는 MK,
삼각관계의 슬픔에 힘들어하던 오렌지 머리와 주근깨가 동화 속 앤을 연상시키는 W,
지킬과 하이드처럼 외모와 너무 다른 엽기적인 쌍둥이 소녀 E,
항상 다른 사람의 따뜻한 품이 그리워 종이 조각을 사랑하는 MT,
똑똑함을 마음이 따르지 못해 안타까운, 너무나 게으른 숫자 천재 H,
비너스의 외모를 갖춰 다른 남자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금발의 미녀 JA,
아무 때나 멍해지는 아픔이 있지만 웃는 얼굴이 사랑스러워 용서가 되는 A ,
무대에서 긴장하는 법이 없이 손가락으로 간격을 맞춰 완벽한 띄어쓰기를 하는 SA,
너무 얄밉게 사람을 요리하는데 능숙한 밀당의 고수 K,
입은 옷이 답답해서 벗어나고 싶은 구속을 견딜 수 없는 SE,
항상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마그마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JS,
자신의 규칙에 들어오는 간섭이 싫은 영화배우급 외모의 주인공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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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소와 분노, 기쁨과 슬픔의 극과 극을 오가는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허한 열세 명의 남다른 아이들과의 삶을 무사히 지나 내가 지금 그 시간을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한 교실에서 어려움도 즐거움도 함께 했던 다른 교사들 덕분이었다.


임신한 몸으로 책임감을 잃지 않은 특수학급 담임 Ms.R

나와 같은 Full Time 보조교사인 능력 있는 카리스마로 아이들을 꽉 잡고 있는 Ms.T,

Part Time 보조교사로 번갈아가며 필요한 곳을 열과 성을 다해 채워주던 Ms.W, Ms.S, Ms.D


어눌한 영어로 새로운 도전에 뛰어든 나에게 열세 명의 남다른 아이들과의 학교 생활은 도전에 도전인 날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 모든 과정에 어떤 날은 슬픈, 어떤 날은 환한 미소로 함께 해준 동료 교사들이 있어 참 다행이고 감사했다.


그렇게 서로가 있어서 우리는 "무사히" 졸업하는 남다른 아이들을 보내고, 남아있을 남다른 아이들에게 개학을 기약하며 즐겁게 여름 방학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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