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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Sep 08. 2018

3번 방에서 살아남기, 그 나흘

3번 방에서 첫 나흘 간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

3번 방에서의 나흘은 흥미진진했고 개학 후 첫 주말을 앞둔 금요일은 그야말로 "TGIF"였다.




3번 방에서 만난 남다른 아이들과 함께 보낸 나흘.

처음엔 정신없기만 하던 3번 방에서 보낸 첫 나흘 동안 교사들끼리 어느 정도 손발을 맞출 수 있게 되었고, 아이들끼리도 서로가 한 방에 사는 존재임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우리 교사들은 우리와 함께 3번 방에서 마라톤을 뛸 아이들의 정신과 심리 상태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부모들과 함께 와서 두 시간만에 집에 간 개학 첫날은 접어두고, 그다음 사흘을 돌아보자면,

진짜 학교생활 첫날. 그 날은.... 와우~ 정말 온갖 재난이란 재난은 다 휩쓸고 간 것 같은 날이었다.


마중 나온 Ms. K와 내 앞에 부모들이 아이들만 남기고 가는 순간 곧 3번 방 울보로 등극하게 될 울보공주님의 울음보가 터진 것을 시작으로 우는 것이 점점 전염되어 대 여섯 명의 꼬마들이 울기 시작했다.


어떻게 어떻게 교실에 들어왔는데  울음 홍수를 시작으로 바로 다음 날 본색을 드러낼 늑대 소년이 책꽂이에 정리된 장난감과 의자를 다 뒤집는 토네이토까지. 게다가 처음 학교 스케줄에 맞춰 아이들 컨디션을 조절하는 과정 속에서 오줌 싼 아이부터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번개와 같은 움직임에, 처음 손발을 맞추어야 하는 우리 교사들은 정말 혼이 다 나갈 지경이었다.

아직이 이 애가 우리 반인지 저 애가 우리 반이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다른 Kindergarten 반과 함께 쉬는 시간을 가질 때마다 3번 방 꼬마들을 챙기기 위해 몇 번을 애들 숫자를 셌는지 모르겠다.  Part Time 보조교사들이 드나들 때마다 다시 설명을 하고 다시 손발을 맞추는 것도 어려웠지만, 일하는 시간이 끝나면 차례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가버릴 때마다 마지막까지 남아야 하는 나는 가슴에 금이 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감사하고 감사하게도 시간은 흘렀다. 시계도 볼 때마다"아직도"였지만, 마침내 아이들이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아~ 감사합니다.


3번 방에서의 긴 마라톤을 함께할 6명의 교사들과 15명의 아이들


첫날 퇴근할 때는  3 번방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싶었는데, 둘째 날부터는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이 머릿속에 정리가 되니 훨씬 나았다. 그리고 다들 경험과 센스가 있는 교사들이라 금방 손발을 맞출 수 있게 되어 교실이 체계가 잡혀가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매일 다양한 사건사고가 있었지만, 못 살 것 같은 3번 방도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긍정의 마인드를 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금요일, 아이들을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고 맞이하는 첫 주말을 생각하니,

아~ 하늘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이 기분.  

이런 기분을 미국 사람들은 이렇게 표현하는 것 같다.

"TGIF, Thank God It's Friday!"


3번 방에서 보낸 첫 나흘 후 맞은 금요일 퇴근길.

나의 복잡 미묘 시원 감사한 마음은 정말 그랬다.

한마디로 Thank God It's Friday!

 

금요일 퇴근 길 저 푸른 하늘, Thank God It's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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