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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Jan 16. 2019

비 오는 날, 나에게 낯선 그들의 풍경

비가 오는 날, 우산과 상관없는 캘리포니아의 일상

이틀 째 비가 내리고 있다.


늘 물 부족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에 비 오는 날이 흔치 않지만 겨울에는 가끔 비가 내린다.

비 오는 날이 귀한 탓인지 비가 오면 많은 많은 사람들이 반가워한다.

올 겨울은 내가 겪은 여덟 번의 겨울 중 가장 비가 많이 오는 겨울인 듯하다.




한국에서는 비 예보가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리 우산을 준비했다.

비가 오는 날,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다니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갑자기 비가 내리면 많은 사람들이 당황스러워했다.

비를 피해 지붕 아래로 뛰어가거나 근처 가게에서 급하게 우산을 사기도 했다.

우산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쓰거나 친구와 함께 우산을 쓰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비가 올 때마다 신기하게 느껴지는 풍경이 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데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주룩주룩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조깅하는 사람들.

비가 쏟아져도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걸어가는 학생들.  


내가 사는 지역에는 비가 온다는 것을 알고도 우산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집을 나설 때 비가 쏟아지지 않으면 비 예보가 있음에도 우산을 챙겨서 나오지 않는 듯하다.

우산을 잘 가지고 다니지도 않을뿐더러 웬만큼 비가 내릴 때는 그냥 비를 맞고 다닌다.

머리가 젖는 게 싫은 경우에는 잠바나 후드티에 붙어있는 모자를 덮어쓸 뿐이다.  

그러니 갑자기 비가 내려도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다.

비가 온다고 비를 피해 뛰거나 급히 우산을 사는 사람을 본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오랜만에 보는 비에 젖는 것을 즐기는 듯 보인다.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지는 것이 아니면 비에 좀 젖는 것은 그들에게 즐거운 경험인 듯하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 나도 비가 내릴 때 비에 좀 젖는 것이 큰일이 아니었다.

우산이 없는 날,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 낭만을 느끼며 걷기도 했었다

그런데 언젠가 산성비, 황사비라는 말이 우리 삶에 들어왔다.

그리고 비를 맞으면 일어나는 부작용에 대한 뉴스와 기사가 넘쳐났다.

비가 일종의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 후로 빗방울 하나도 맞기 싫어서 우산을 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출근길 내리던 비가 잠잠하더니 퇴근길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동차 와이퍼에 닦이는 빗방울을 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빗속의 사람들을 만났다.

개를 사랑하는 어떤 사람은 비가 와도 여전히 개를 데리고 나와 산책을 하고 있었다.

건장한 체구의 부지런한 어떤 사람은 오늘도 같은 시간에 비와 함께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책가방을 맨 중학교 아이들이 친구와 함께 비에 젖으며 신나게 웃고 있었다.

그 옆을 머리만 한 우산 아래 넣은 아이 셋이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도 창 밖에는 빗소리와 함께 빗방울들이 튀고 있다.

아까 그 빗속의 사람들은 지금쯤 빗물 탁탁 털고 보송보송해진 모습일 것이다.

아마도 따뜻한 커피나 코코아를 마시며 창밖의 빗소리에 미소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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