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인연도 소중하게
야구선수들은 미국의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꿈의 무대에서 단 한 경기만 뛴 경험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존경을 표한다고 하니 그 위상은 실로 대단하다. 한국인 박찬호 선수가 거기서 124승이나 올렸으니 엄청난 기록이다. 뮤지션들에게는 장르를 불문하고 ‘카네기홀’이 꿈의 무대일 것이다.
강사들에게는 아마도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가 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세바시는 TED형식의 한국형 미니 프레젠테이션 강연 프로그램이다. 나는 오로지 경험담으로 강연을 하기에 강의 형식의 세바시보다는 오히려 KBS의 ‘강연 100도씨’ 출연의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강연 100도씨는 기성 강연가나 강사보다는 무대 경험이 없는 사람을 선호하기에 나에게는 그마저도 TV 강연 출연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세바시의 피디님의 제안을 받고 어리둥절했다. 나는 그 무대에 설 깜냥은 아니었으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337회에 출연하게 되었다. 드디어 꿈의 무대에 선 것이다. 그것도 연말 특집 프로그램에 말이다. 같은 날 15분 간격으로 여섯 명의 연사가 무대에 서기로 했다. 지금은 작고하신 구본준 기자님, 가수 장혜진, 준오헤어 강윤선 대표님,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이사님(사정상 불참), 강연의 신(神) 김창옥 교수님. 나는 그 틈새에 서는 행운까지 잡은 것이다. 쟁쟁한 분들 사이에 있으면 주눅 들지 않겠느냐는 말도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밑져봐야 본전이니까.
세바시 무대에 서고 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그 무대에 설 수 있느냐?”이다. 각 기업체 교육담당자는 유튜브 동영상으로 제공되는 세바시 강연을 참고하여 강사 섭외를 한다. 그래서 세바시 기존 출연자라는 타이틀은 프로필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강사들은 세바시의 출연을 꿈의 무대라고 생각한다. 선험자의 노하우는 당연히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내가 어떻게 세바시에 출연했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시간의 역순으로 추측해 볼 뿐이다.
보통의 경우에는 강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무대에 서는 게 일반적인데, 나는 이미 강연을 시작하고 과정을 수료한 케이스다. 현재 강연 11년 차지만, 최근에도 서비스강사 양성과정도 이수했다. 교육 내용도 관심이 많지만 다른 강사의 강의 기법 등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시절, 어느 과정의 강사님과 꾸준하게 유대관계를 맺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그 강사님이 기업체 교육담당자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나를 그 기업체 특강에 초대해주었다. 업체 대표님도 교육에 참여했고, 이 분이 내 강연을 듣고 널리 입소문을 내주셨던 것이 결정적인 계지가 된 것 같다. 아주 저명한 분이고 발이 넓으셨다.
작은 인연들이 쌓이고 연결된 것이 결국 세바시 출연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상이 내가 추측한 것이지만, 거의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 모든 장벽은 뚫린다.
그리고 세바시의 연단에 오르려면 누구보다 많이 세바시 방청을 해야 한다. 준비와 투자는 없고 결실만 취하려는 사람에게 기회는 오지 않는다.
그 이후에 KBS-TV의 아침마당 '목요특강'에도 출연해서 60분 간 강연을 했다.(정확히는 59분 30초) 아침마당 프로그램도 많은 강사들이 출연하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여기는 진작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PD님, 작가님과의 미팅도 진행했는데, 그때는 내 강연 실력을 내가 자신할 수 없었다. 잘못하다가는 드러내 놓고 강연을 못한다고 널리 선전하는 꼴이 될 수 있기에 주저했다. PD님이 눈치를 채셨는지 준비가 되면 다시 불러준다고 하셨다. 그 후, 5년이 지난 후에 다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출연을 주저하지 않았다.
살다 보면 많은 기회가 온다. 하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기회는 바로 위기로 바뀐다. 그리고 너무 방송 출연을 빨리 성사시키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강연 프로그램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서고 이제 설 강사가 없을 때, 언젠가는 부르지 않겠느냐는 느긋한 심정으로 부단히 강의 콘텐츠를 갈고닦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