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쯤에 있나
어김없이 2023년이 왔다.
작년 한 해 브런치에 발행한 글은 2개, 발행하지 못하고 저장한 글은 2개다.
한 달에 한 번은 회고 일기 써야지 했던 다짐은 역시 못 지켰다. (이 또한 나답다고 해야 할까...?:)
2020년 3월에 독립해 올해로 3년 차, 2021년 4월에 법인을 내서 림앤코는 올해로 2년 차를 맞이했다. 돌이켜보면 1인기업으로 일했을 때 성장의 총량보다, 2022년 멤버가 8명이 되면서 달라진 게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든다. 매 분기마다 한 챕터를 넘기는 기분이었다.
1분기(2022.1~3)
고정 클라이언트가 3곳이 생기면서 멤버가 5명이 되었다.
2분기(2022.4~6)
1~3월 준비했던 고정 클라이언트 프로젝트가 다다다 론칭했다.
3분기(2022.7~9)
프로젝트들이 나 없이 굴러갈 정도로 안정화되었다. 기쁨도 잠시 슬슬 내년이 걱정되면서 신규 고정 클라이언트를 수주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 됐고 한계를 느꼈다. 그 와중에 멤버 2명을 더 채용했다. 그중 1명이랑은 신규 인플루언서 마케팅 서비스 마케퍼스를 론칭했다.
4분기(2022.10~12)
연말이 다가오자 내년 프로젝트들의 재계약이나, 새로운 제안들을 소화하며, 혼을 쏙 빼놓는 12월을 보냈다. 그 와중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각 멤버들의 성장, 내년의 일감 분배, 회사가 원하는 사람들 다양한 생각들로 마음이 복잡했다. 그리고 우리의 역량 강화를 위해 멤버 1명을 더 채용했다.
한 고비가 끝나면 다른 고비가 오고, 희망찬 미래를 그려볼라 치면 불운한 미래가 다가오고,
늘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은 거의 1:1의 비율로 왔다 갔다 했다. 그런 상황들에 무던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척하긴 힘들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스스로가 성장했다는 것. 가장 어려워했던 조율, 참을성, 객관적으로 생각하기 부분에서 조금 나아졌다.
2020년 10월에 쓴 글 '나의 회사 vs 프리랜서'에서 보면 '조율'은 분명 나에게 숨통을 조이는 것처럼 벅찼던 일이었다.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통해 일의 범위를 구상하고, 견적내고 팀원 구하고 일 분배하고 프로젝트의 프로세스를 짜서 관리하고, 그 일이 이제 일상이 되었다.
왜 나아졌을 까? 생각해 보면
1. 고정적인 파트너와 팀원들이 생겼다.
6개월 이상의 장기 계약이 림앤코 프로젝트의 50%가 넘는다. 각 담당자가 있으니까 매번 새로 팀을 구상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안정적일 수 있던 큰 이유다. 그리고 인하우스처럼 함께하는 스튜디오가 생겼고, 그때그때 변동되는 사항들을 대응할 수 있는 프리랜서 풀도 많이 늘었다. 이런 분들이 없었더라면 여전히 폭풍우 속에 있었을 것이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2. 나처럼 일할 파트너가 생겼다.
아주 가까운 사람을 COO로 영입했다. 나와는 정 반대로 꼼꼼하고 철저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행정 정산 프로세스 같은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초반에는 엄청 싸웠다. 어쩔 땐 말의 뉘앙스만으로도 기분이 나쁘니까, 하지만 결국 서로의 존재가 사업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기에 점점 맞춰갔고 무엇보다 나처럼(혹은 나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전투적으로 일할 사람이 있다는 게 든든하다.
3. 미리 판단하지 않는다.
내가 조율을 어려워했던 건 사람들과의 소통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어려움은 대부분 미리 앞서 판단하려고 했던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느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나 파트너들을 구할 때에도 협상의 관점으로 생각하니 훨씬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4. 대안을 함께 생각한다.
프로젝트 제안이 오면 예전에는 와 재미있겠다. 설레는 감정이 더 컸었다. 그래서 멤버들한테도 다 알리고 이미 그 일이 끝났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회로를 굴리곤 했었다. 그런데 이제 제안은 제안이라는 것을 안다. 계약서 도장 찍기까지 무수한 과정들이 있다는 것. 클라이언트에게도 우리가 대안이고, 우리도 그 클라이언트가 여러 옵션 중 하나임을 생각하면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요즘 매일같이 접하는 기사들은 안 좋은 소식들이다. 경기침체, 사람을 대체하는 AI, 양극화, 기후변화, 전쟁, 인구절벽. 나는 여전히 이런 기사들 하나하나에 연연하고 걱정 투성이다.
그럼에도 작년처럼 요동치는 환경에서도 불안정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안정에 대비하는 요령을 익혔듯 올해도 잘 해낼 거라 믿는다.
회사를 알리고, 사람들을 케어하고, 업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을 쌓고, 나 자신을 챙기고 그런 일들은 참 부족했기에, 하나씩 채우면서 또 다른 성장을 기대해 본다.
2023년 첫날 새해 소망 리스트를 쓰려다, 지키지 못할 이야기 대신 지난날들을 회고하며 다시 한번 나의 길을 묵묵히 잘 가리라 다짐해 본다.
-2023년 1월 1일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