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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승 Mar 10. 2021

티가 나겠지

버릴것이 많은 남편과 사는 아내에게

사랑하는 지인이에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요즘에,
집안 일을 하다가 보면 은근하게 하나둘씩 보이는 일이 많아.

집안일만 하루에 한 두 시간이 되는 것 같아.


물론 그 '집안일'이란 것도 내 딴엔 '청소'와 '설거지'정도니

'집안일'을 바라보는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는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느 아주머니가 무심한듯 던지는

“집안일은 해도 해도 티가 안나”라는 말이

이제는 공감되는 것 같기도 해


그 말에 공감이 되는 스스로에게 괜시리 어색해지는 순간에

우리의 관계도 집안일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나름대로 잘 정리하려 해보지만 해도해도 티가 나지 않는

복잡 복잡하고, 또 정신없어지는 이 집구석 같아.


그런데 가끔 있잖아,

청소한 티가 나는 날이 있어.

그 날은 지인이가 집안의 물건들을 드러내서 하나씩 버리는 날이야


아직 쓸모가 많은것 같고, 언젠가 다시 꺼내어 쓸 수 있을것 같은 물건들을

모두 거실에 꺼내어서 쓰레기봉투에 하나하나 툭툭 집어 넣는 지인이를 보면

나의 소중한 것들이 버려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서운하기도 하고, 괜시리 마음의 입이 빼죽 나오기도 했었어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말이야.

그런 날은 '청소한 티가 나는 날이야'

우리 안에서 이제는 필요가 없고, 너무 오래 묵혀둔 것들을
과감하게 꺼내어서 버린 그 날은
'아 청소했다! 시원하다!' 싶은 그런 날이야. 


사랑하는 지인아

아직, 나는 버릴 것이 아주 많은것 같아.

너와 결혼을 하기까지 내 삶 속에서 쓸모있다고 생각했던

습관, 성격, 태도의 짐을 많이 들고 와서 너랑 살아가는것 같아.


내 삶을 붙들어 왔다고 생각한 나만의 고집도 내다 버리고,

나만의 시간만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내다 버리고,

내 마음을 지켜주었다고 생각한 분노도 내다 버리다 보면,


언젠간 우리의 관계도
아름답게 변화된 티가 나겠지


※재활용할 생각 말고 그냥 내다 버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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