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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 척 하자

글제: 문신

by 김미희건이나비

“남의 상처를 봐도 묻지 마세요.”

“그 상처 안에 더 큰 마음의 흉터가 아물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신 어느 성형외과 닥터이자 타투이스트의 말이다. 자신이 아무리 정성 들여 수술해도 없앨 수 있는 자국들을 고민하다가 그 상처를 가려주기 위한 문신을 배우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문신이 옛날 야쿠자들이 즐겨하던 것에서 이제는 자신의 상처나 흉터를 가리기 위한 시술로도 발전이 되었다.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너 왜 이래?’” 내지는 “어떻게 난 상처야?”라고, 묻는 말을 들어본 나로서도 그 선생님의 말씀이 공감이 갔다. 상대의 단순 궁금증에 응대하기는 많이 지친다. 누구라도 내 몸에 상처가 생기는 것을 반길 사람이 없다.

어쩔 수 없는 사고나 수술로 인해 생긴 그 자국들에 대해서 관심을 꺼주는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내 친구도 갑상샘 수술을 하고 목에 난 칼자국을 가리려고 늘 두꺼운 목걸이를 하고 다녔다. 나도 머리를 기르는 이유가 귀 아래 이하선 종양 수술자국을 가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였다.


그 선생님의 더 훌륭한 점은 우연히 미국 여행을 갔을 때 어느 여성이 팔에 사람 이름을 쭉 쓴 문신을 한 것을 보고 물어보았단다. 그 여성이 하는 말이 911 테러 때 순직한 소방대원들을 기리기 위해 그분들의 이름을 새겼다는 말을 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자신도 소방대원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니, 생각보다 화상이나 떨어져서 생긴 흉터가 많음을 알고 그분들의 상처를 치유해 주기 위해 멋진 문신을 해 주고 있다.

더불어 길을 찾지 못하는 치매 어르신들을 위해서도 전화번호나 주민등록번호를 팔에 새겨주는 봉사를 하신다니 정말 놀라웠다. 치매를 앓는 엄마가 한번 집을 나간 적이 있어서 -다행히 친구분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어서 빨리 찾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갈수록 늘어가는 치매 환자를 생각하면, 선생님이 치매 가족에게 너무나 큰 선물을 하시는 것이다.


타인의 상처를 본다면 그 사람의 마음속엔 더 큰 아픔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마음으로만 그를 위로하자. 그에게 그 흉터가 훈장이 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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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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