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특권이다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확실히 K의 첫인상은 좋은 편이 아니다. 특히 무언가 집중할 때 찌푸려진 미간은 너무 예민해 보여서 후덜덜할 정도다.
진한 눈썹과 남자다운 인상. 선뜻 말 걸기가 쉽지 않다. 왜, 길을 물어보거나 사진 촬영을 부탁할 때 패스해버리는 그런 인상이랄까. 실제로 그는 길을 돌아다니면서 "인상이 참 좋아서 그러는데요~"라면서 접근하는 이른바 '도를 믿으십니까' 한 번을 마주친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K를 야누스의 얼굴이라고 부르고 싶다. 웃는 얼굴과 인상 쓴 얼굴의 갭 차이가 커서다. 그의 웃는 얼굴은 그의 바운더리 안에 있는, 그러니까 소수의 '자기 사람'에게만 종종 보이는 표정들이다.
특히 나에게 보내는 웃음은 세상 귀여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같은 사람 맞나요? 할 정도로 미간에 쏠린 주름들이 눈가 옆으로 퍼진다. 이렇듯 표정이 다양한 사람인데 이를 나만 볼 수 있다는 게 마치 특권을 누리는 기분이라 흥미롭다.
대형 쇼핑몰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화장실을 다녀올 때가 있다. 각자 화장실을 갔다 나오면 그는 항상 나보다 먼저 나와있었다. 저 멀리서 나는 그를 관찰하면서 가까이 간다. 아직 내가 온 걸 알아채지 못한 그는 주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인상이 세상 더럽다.
나는 점점 더 그에게 가까이로 다가가면서 어깨를 툭치거나, 배를 끌어안으며 내가 왔음을 알린다. 그러면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무장해제 웃음을 짓는다. 그 미소가 그야말로 살인미소다. 방금 전 까지는 정말 무서운 '살인미소'였다면, 나를 알아본 뒤의 얼굴은 김재원의 살인미소다.
이밖에 데이트를 하면서 K는 다양한 표정들을 선보인다. 밥 먹을 때 (아직도)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귀여움.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눈싸움을 하다가 부끄러운 듯 시선 돌리기,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 신나서 떠들면서 보이는 미간주름, 내가 웃으면 따라 웃는 입꼬리, 눈을 껌뻑 껌뻑 감았다 뜨면서 보내는 눈인사, 아랫입술을 삐쭉 내밀며 귀여운 척하는 감자 표정, 이따금씩 내가 귀여운 척을 하면 귀여워 환장하려고 하는 아빠미소까지.
아주아주 오글거리는 표현들이지만,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얼굴들이다. 처음 만난 날만 생각해도, 그에게 이렇게 다양한 표정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사랑의 힘인 것인가?
안 쓰던 근육을 마구 움직이게 만드는 그런 것.
과연, 그를 바라보는 나의 표정들은 어떨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