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중요성
우스겟글을 본 적이 있다. 애인이 자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알아보려면 이렇게 이야기해보라고.
"자기야 사랑해"
이때 대답은 두 가지로 나뉜다.
1. "나도~"
2. "나도 사랑해~"
여기서 당신의 애인이 1번 "나도~"라는 짧은 단답으로 끝난다면 애정이 식었을 수 있다는 글이었다. 혹은 당신보다는 덜 사랑하는 거라고.
뭔 차이냐 싶겠지만 "사랑해"를 똑같이 한 번 읊는 것은 어쩜 윤리의 영역이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있었다는 배려의 표시, 상대의 언어를 고스란히 따라 하는 따뜻한 공감능력이다.
다행히 나의 연인 K의 혀는 길었다. (아직까지는)
그는 "나도"가 아니라 "나도, 사랑해" 혹은 "내가 더 사랑해"라고 답했다. 이 유머글을 보면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마음이다.
아니, 당신을 사랑한다는데 그렇게 아름답고 숭고하고 예쁜 말을 하는데 "나도"라는 칼로 뚝 잘라버리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그 한마디 더 보태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너무 나갔나 싶겠지만 그만큼 '언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말을 예쁘게 한다는 것. 이는 연애 기간 동안 우리가 발견하는 놀라운 진화로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입이 더러운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자신의 연인에게는 예쁘게 표현해보려고 신경 쓸 것이다.
어제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려다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람’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세 단어가 닮아서일까.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사랑이 끼어들지 않는 삶도 없는 듯하다.
- 이기주 <언어의 온도> 中
생각해보자. "나도 사랑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가. 우리가 살면서 그렇게 달달하고 오글거리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일상적으로 내뱉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바로 젊고 아름다운 시절인 연애 때다.
남들도 아무렇지 않게 애정 하니, 우리 커플도 남부럽지 할 수 있는 그런 것. 손발이 좀 오그라들면 어떤가. 오그라들면 오그라들수록 입꼬리는 찢어지는데 말이지.
그러니 할 수 있는 한,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한 많이 그리고 자주 표현하자. 또 상대에게서 기분 좋은 애정표현을 들었다면 들은 만큼 혹은 그 이상의 표현을 돌려주자. 그것이 연애에 대한 예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