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마디 말보다 행동

당신 눈앞에서의 모습이 진짜

by 조조

K의 직장은 탄력적인 근무지만, 바쁠 때는 정말 살인적인 스케줄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 3월까지 그는 가히 70년대를 방불케 하는 업무량을 해치우곤 했다. 커피 다섯 잔으로 이틀 밤을 새우기도 했으니 말 다했다.


우리는 메신저보다 전화통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매일 자기 전 한 시간 이상을 통화하곤 했다. 하지만 그가 엄청난 업무량에 치일 때면 한 두 번 정도는 목소리도 듣지 못하고 잠들었다.


물론 이 경우도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의 어쩌다 한 번이었지만 어느 날은 서운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둘 다 메신저를 잘하지 않는 타입인데, 통화도 못하는 날이 겹쳐버리면 "이게 연애를 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드는 거다.


웃기고 간사하다. 인간의 감정은 그런 것이다. 99개를 이해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1이 삔또 나면 앞선 99개도 서운해지는 그런 것. 그래서 나는 어느 날 농담 식으로 뼈를 때렸다. 물론 생리 전후 호르몬의 영향이 컸다.


"솔직히 자기 이 정도로 바쁘면, 연애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물론 당장 일을 때려치우고 내게 오라는 말이 아니었다. 솔직히 그가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임하는 그런 모습도 매력포인트였으니까.


(그날) 나는, 그저 어필이 하고 싶었나 보다.

'당신의 바쁜 상황을 이해하고, 또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나야나. 이런사람 또 없다구!'


솔직히 말하자면 그와 같은 상황이 나에게 벌어졌다면? 나는 아마 통화도, 데이트도 못했을 거다. 아니 미뤘을 거다. 하지만 그는 데이트만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밤을 새워서라도 주말 하루는 나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 걸 잘 알기에, 사실 나의 토라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탱탱볼처럼 아주 가볍고 짧게, "나 서운해요. 서운할만하다는 거 알죠?" 알려주고 끝이다. 내가 이렇게 쿨할 수 있는 이유는 사실 내가 진짜 쿨하기보단 그의 신뢰 가는 "행동" 덕분이었다.


많은 연애 카운슬러들은 남자의 100마디 말보다 단 한 번의 행동을 보고 판단하라고들 한다. K는 앞선 위 같은 말에 정말 충실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내 눈앞에 있는 그 순간, 실로 내게 최선을 다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했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저 사람이 오늘의 이 연애에, 아니 나와의 관계에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것이 말하지 않아도 눈으로 보이니 어찌, 서운함이 오래갈 수 있을까. 전화를 하루 못했더라도, 며칠 메신저 답장이 많이 늦었더라도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결국 사랑의 온도와 점도, 그리고 그 농도는 거추장스러운 것들에 있지 않다.


그러니 당신 눈앞에 있을 때 그가, 혹은 그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자. 말만 번지르르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정말 당신을 사랑하는 연애를 진지하게 하는 사람인지는 분명, 당신이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keyword
이전 13화그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