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사랑입니다
귀여움은 치명적이다. 만약 연인이 ‘귀엽게’ 보이기 시작했다면? 게임 오버다. 오래 사귀게 될 거다. 단순한 콩깍지가 아니다. 상대가 귀여워 보인다면 그 관계는 오래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연구에서도 이미 밝혀진 바다. 어드리 배릿 하버드대 교수는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라는 저서를 통해 입증한 바 있다. 귀여움은 본능이라고. 심지어는 "귀여움이 섹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상업 전략"이라고 까지 말한다.
진화생물학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귀여움"은 성인의 보살핌을 촉발하는 메커니즘이라고 한다. 일종의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를 보호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이 귀여움이 생존에 중요한 적응 형태로 작동하게 된다.
실제로 법정에 선 피고들 중에서도 얼굴에 유년기 특징이 남아 있으면, 유죄 선고를 받을 확률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예쁘고 잘 생긴 것보다 귀여운 게 갑 오브 갑 아닌가.
뭐 상업 전략까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일화를 떠올려보았을 때, 나는 이것이 신빙성이 있다고 믿는다. 변덕이 죽 끓듯한 나는, 연애를 할 때 상대의 단점을 발견하면 금방금방 헤어지곤 했다. 하지만 내가 오래 만난, 그리고 만나고 있는 딱 두 명이 있는데 그 둘의 공통점은 '귀엽다'는 것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그들의 얼굴이 정말 귀여운 미남형은 아니다. 처음 만났을 때도 분명 외모로 끌렸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그들이 점점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점차 두터운 큐티 필터가 쓰이고 심지어는 그가 더는 인간이 아닌 눈망울을 반짝거리는 강아지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미쳤냐?
휴 - 그냥 내가 미친 건 줄 알았는데,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니 다행이다. K와의 만남도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의 귀여움은 배가 되고 있다. 최근엔 똑 닮은 강아지를 찾았는데, 아이돌 가수 덕질을 하듯이 콜라주를 만들어 낄낄거리곤 했다. 물론 그는 전혀 닮지 않았다고 부정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그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한 걸까? 이는 결국 '성품'에 있지 않을까 한다. 상품 말고 사람의 성질이나 됨됨이를 뜻하는 성품 말이다. "오늘부터 1일"을 외쳤어도 연애초는 약간의 경계심을 가지고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이다. 그러다가 무르익어가면서 상대의 단점도 발견하고, 종종 트러블을 겪기도 하는 게 보통의 연애 패턴이다.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러한 단점보다 그 사람의 장점이 돋보일 수 있는 건, 대체로 성품에 있다고 본다. 성품은 그 사람이 나와 관계를 맺으면서 보이는 언어, 행동, 말투, 억양 등등이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것을 통해 우리는 상대의 됨됨이를 대략이나마 파악해 볼 수 있다.
결국 연인의 진심을 알고 싶으면 눈앞에서 보이는 행동을 보면 된다. 100마디 말 보다,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진짜다. 그러한 행동들이 믿음직스럽고 매력적이라면 귀여움의 단계로 진화한다고 생각한다.
"귀여워 돌아버리겠네"
으악. K와 나는 이미 귀여움의 영역에 진입한 듯싶다. 내가 상대에게 귀엽다고 말하는 건 쉽지만, 어쩐지 귀엽다고 듣는 건 낯간지럽긴 하다. 애정표현이 아주 막 익숙하지만은 않은 K지만 요새 부쩍 오글거려졌다. 귀여워 미치겠다는 중얼거림이 늘어서다.
아직도 손발이 펴지지 않지만 그래도, 듣기 싫은 말은 아니다. 그래 너도 나도, 우리는 귀엽다. 귀여운 걸로 하자!
서로가 귀여워 보이는 지금의 연애, 지금의 관계로 쭉 - 만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즐겁고 아기자기한 연애가 있을까?
세상 모든 커플들이 귀여움의 단계에 도달하는 연애를 맛볼 수 있다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 0.81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안 낳는 국가라는 오명을 벗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