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4년 만에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이쁜 딸
결혼 14년 만에 첫아기를 기다리는 우리 부부에게 출산은 마냥 행복한 기다림이었다. 누구나 임신 후 10달이 되면 아기를 낳고 그렇게 100일이 되고 1년이 되고 좋은 아빠 좋은 엄마가 되어서 새로운 기쁨을 만끽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분 좋은 상상은 그저 상상이었다.
망고(태명)가 횡으로 누어서 제왕절개를 결정했다. 그렇게 수술 전날 입원을 한 후 저녁에 다시 실시한 초음파에서 망고는 머리를 아래로 제대로 두고 있었고 자연출산과 제왕절개를 결정해야 했다.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제왕절개를 결정했다. 다음날 아침 부모님과 장모님이 오시고 와이프는 수술실로 향했다. 망고를 기다리던 40분 남짓의 시간 동안 사진으로만 만난 망고보다 내 옆에 14년 동안 나와 함께 있어준 와이프 걱정에 수술 대기실을 어슬렁거렸다.
‘ㅇㅇㅇ 산모님 보호자 분’ 급박한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전에 나는 수술실 앞으로 달려갔다. 소아과 남자 선생님이 수동식 인공호흡기로 낯선 아이에게 공기를 주입하며 난산이었으며 아이가 출산 중 호흡이 힘들어 인공호흡을 하고 있으며 지금 바로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이동하여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며 보호자는 어서 따라오라는 말을 했다. 할 말을 잃고 함께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긴장되고 멍한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나온 첫마디는 ‘산모는 괜찮나요.’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말로 보이지만 그 당시 나는 내 앞에 있는 우리 부부의 사랑스러운 아기보다 와이프 걱정이 앞선 던 것 같다. 어이없는 질문을 들은 의사는 ‘산모는 산부인과 의사가 설명해 줄 겁니다. 아이가 역으로 누워있어서 난산이었고 처음에는 울지 않다가 2~3초 울고 3분 정도 호흡이 없었고 응급처치를 해서 이동 중입니다.’라고 말하며 신생아 집중치료실로 들어갔다. 보호자 호출 전까지 30분 정도 밖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간호사도 치료실로 들어갔다. 지하 수술실에 부모님과 장모님을 보내고 신생아 집중치료실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어찌나 더디 가는지 난산이었다는 말에 와이프도 걱정되고 낯선 망고도 걱정이 되어 안절부절못하며 그렇게 기다렸다.
이어서 찾아온 '마음의 갈등' 당장 내려가서 와이프는 괜찮은지 묻고 싶은 심정과 신생아 집중치료실 앞에서 어서 들어가 망고가 괜찮은지 확인하고픈 마음이 교차되면서 이리저리 신생아 집중치료실 앞을 돌아다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어리고 약한 망고에 대한 나의 느낌은 낯섦이 컸던 것 같다. 다온(망고) 이를 보면서 그 낯섦에 대한 미안함이 먹먹한 기분을 들게 한다. 내가 잘못된 건가. 절친인 친구가 몇 년 전 지나가듯 말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자고 있는 아기를 보면서 이 아이는 누구지? 이 아이 때문에 내 삶이 달라진다는 것이 좋은 점도 있지만 나를 참 힘들게 하는구나.’ 가끔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초등학생인 아이가 가끔 아직도 낯설게 느껴진다는 말을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10달을 품었던 엄마와 아빠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아직까지 나의 이런 마음을 와이프에게 말하지 않았다. ‘오빠는 딸 바보가 될 거야. 망고가 태어나면 이제 나는 뒷전이겠지. 망고만 챙기면 내가 가만 안 있을 거야.’ 이런 바보 같은 말의 진심은 ‘오빠는 우리가 낳은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어줄 거야. 나는 믿어.’라는 나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 나의 이런 마음을 들키기 싫은 것 같다. 미안해 다 온아. 그래도 아빠가 최선을 다해서 다온이 와 친해지고 너희 엄마만큼 너를 사랑해주려고 노력할게. 우리에겐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고 많은 추억과 사랑을 쌓아갈 수 있으니 아빠 마음을 언젠가는 이해해줄 거야.
이런 나의 첫 마음은 변하고 있다. 다온이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의사의 호출로 들어간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충격적이었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망고를 앞에 두고 의사는 여러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을 것이고 만약, 필요하면 계면활성제를 사용하고 초음파를 하고 어쩌고 저쩌고 내 귀에는 중요한 몇 단어 이외에는 들리지 않았고 어서 사인을 하고 망고가 치료를 받기를 간절히 바랬다. 싸인 후 바라본 망고에게 큰 소리로 ‘미안해 망고야! 엄마, 아빠가 너를 건강하게 낳아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네. 힘내!’라고 말하고 터져 나오는 울음을 애써 참고 밖으로 나왔다. 수술실로 내려와 부모님과 장모님께는 지금 망고는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치료받으면 괜찮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고 전하고 식사하시고 집으로 돌아가 계시라고 했다. 와이프가 망고 이야기를 듣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싫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신 건지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신 건지 부모님과 장모님은 병원을 떠나셨고 어떻게 와이프에게 말해야 할지 그리고 괜찮을지 걱정을 하는 동안 와이프가 수술실에서 나왔다. 너무 멀쩡해 보이는 얼굴로 약 기운 때문인지 미소를 띠며 자기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와이프 표정과 말에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웃으며 수고했다고 말하며 입원실로 향했다.
입원실에 둘이 남겨지고 나서 나는 망고가 호흡이 불안정해서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와이프는 놀래지 않고 ‘사진 찍었지 보여줘’라고 말했다. 나는 너무 급하게 이동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말했고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서 못 찍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와이프는 아 그래서 망고를 나한테 안 보여줬구나. 2~3초 울었던 것 같은데 의사 선생님이 바로 봉합 수술한다는 말을 하고 기억이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 표정이 나는 왜 이리 먹먹하던지 저녁에 면회를 하고 1차 검사에서는 이상소견이 없다는 말과 내일까지 뇌 초음파 및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다시 이야기 하자는 소견을 듣고 올라왔다. 다음날 와이프와 함께 신생아 집중치료실 면회를 갔다. 와이프는 담담한 처음 모습과 다르게 망고 앞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눈앞에 망고의 모습을 상상도 못 하였던 것이다. 그저 호흡이 조금 불안정해서 치료를 받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인공호흡기를 달고 신생아 집중치료실이 신생아 중환자실이라는 것을 몸소 느낀 후 많이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14일간을 보내고 건강한 모습의 다온이 와 함께 퇴원을 하였다.
다온이를 출산하면서 산모와 아이에게 출산의 과정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되었다. 직접 경험하는 것과 머릿속으로 아는 것의 큰 차이를 실감한 과정이었다. 출산과정에서 느꼈던 나의 갈등은 아마 살아가면서 계속 느끼게 될 것 같다. 출산 20일 다온이를 14일 동안 안타깝게 지켜보고 6일 동안 보듬고 사랑을 나눴던 초보 아빠로서 다온이 엄마와 다온이에게 아름다운 사랑의 균형을 잡아가리라 다짐해본다. 사랑은 무한한 것 같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순간 사랑은 유한한 것 같다. ‘엄마와 딸이 물에 빠졌을 때 누구를 더 빨리 구할 거야? 아빠’라는 질문에 우문현답을 말하기 어렵겠지만 ‘나는 엄마와 다온이를 똑같이 사랑한단다.’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려 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 누구를 더 사랑하고 누구를 덜 사랑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누구에게는 바보처럼 느껴지겠지만 나에게는 나와 연결된 존재로서 똑같이 사랑한다고 가까운 미래에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지금은 말하기 어렵지만 아름다운 변화를 통해서 그렇게 행복한 가정을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 다온이를 사랑하는 마음의 변화는 너무 빨리 진행되는 것 같다.
이 글을 적고 시간이 흘러 다온이가 태어난 지 219일이 되었다. ‘오빠는 딸 바보가 될 거야. 망고가 태어나면 이제 나는 뒷전이겠지. 망고만 챙기면 내가 가만 안 있을 거야.’라고 말한 와이프는 다온이 껌딱지가 되어서 다온이 다음 남편을 챙기는 극성스러운 엄마가 되어가고 있고 나도 어느 순간 다온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든 딸바보 아빠가 되어있다. 우리 부부는 다온이가 행복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계획하고 쇼핑을 할 때도 다온이에게 필요한 것이 1순위가 되었다. 이쁜 딸과 함께 교감하며 놀고 있는 와이프와 7개월이 되던 6일 전부터 아빠, 엄마를 외치며(엄마라고 더 많이 외치는 딸) 미소 짓는 다온이를 보면 너무나 행복하다. 지금은 와이프와 다온이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1년 뒤 2년 뒤에도 와이프와 다온이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