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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독자가 꺼내준 오래된 꿈

브런치 스토리를 보고 라디오 PD로부터 인터뷰 요청

by 담연 이주원

약 두 달 전쯤이었다.

내 브런치 스토리를 본 모 라디오 방송국 PD로부터 메일이 왔다.

“삼남매 이야기가 저희 방송국 [저출생 극복을 위한 기획 미니 프로그램]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정중하고도 따뜻한 무료 인터뷰 요청이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네, 좋은 취지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네요. 가족 이야기라서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 큰딸에게 동의 구해보고 최종 답변 드려도 될까요? 메일은 불편하니 010-0000-0000 문자로 답 주시면 됩니다. 수고하세요.”

그날 퇴근 후 가족회의가 열렸다.


“라디오에서 우리 가족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싶대.”


내 말에 아내는 미소를 지었고, 큰딸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내 얘기 나오는 거야? 재밌겠다!”


그렇게 가족의 동의를 얻고, 짧은 녹음 인터뷰를 4월 초에 진행했다.

며칠 전, 6월 말 방송 예정이라며 PD님이 녹음본을 보내주셨다.


조용한 저녁, 가족이 둘러앉아 방송 녹음본을 들었다.

우리 이야기지만, 목소리로 다시 들으니 왠지 낯설게 느껴졌지만 우리 가족은 미소를 띄우며 따뜻함을 나눴다. 짧은 대화와 웃음 사이로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내게 이 인터뷰는 조금 더 특별했다.


어릴 적 나는 세상에 작은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그렇구나” 하고 고개 끄덕이는 순간이 좋았다.

그래서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사람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길 좋아했다.


그래서 시작한 즉문즉답 심리상담 유튜브 채널,

출판사 계약까지 했던 책 원고,

중단된 블로그 글들…

계획은 많았고, 시도도 여러번이었다.

브런치도 마찬가지였다. 삼남매가 태어난 이후로는 ‘가족 추억 저장소’ 정도로만 남아 있었다.


늘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해야지'하며 미뤘다. 무언가 시작하고는 '일이 바빠서'라는 말로 중간에 포기했다.

그렇게 내안의 '이야기하는 사람'은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인터뷰 마지막, PD님의 한 마디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글이 참 감동적이고 재미있어요.”

그 짧은 말이 오래된 '꿈의 불씨'에 다시 불을 붙였다.

‘아, 내 글을 좋아해 주는 독자가 있었구나.’


한 명의 독자일 뿐인데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도, 아이 재우다 말고도, 일하다가도,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을 휴대폰에, 노션에, 카톡 메모에 적는다.

소재가 쏟아지고, 문장이 깨어났다.


그날 이후로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은 사람이구나.

내 글이 누군가의 하루를 잠시 멈추게 하고, 그 마음 한켠에 조용히 닿는다면, 그걸로 충분하구나.


조만간 「삼남매 인생수업」 매거진에

‘아빠의 도전기’라는 작은 테마를 하나 더 열어보려 한다.

멈춰 있던 꿈을 다시 이어 붙이는 여정이 될지도 모르겠다.

PD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심리학자이자 삼남매의 아빠로서,

당신의 한마디가 다시 펜을 들 용기와 열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 그건 누군가의 짧은 한마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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