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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온이와 구름이 선생님

세번째 뇌로 자녀 양육하기

by 담연 이주원

1호(초1)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 나는 다온이에게 새로운 시도를 제안했다.

“다온아, 언제 어디서든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는 선생님이 있어. 그 선생님은 컴퓨터에 살아 아빠보다 아는지식이 많고 친절해. ”


태블릿 속에 있는 선생님이라니, 다온이 눈은 금세 반짝였다.

설명을 이어갔다. “책에서 모르는 게 나오면 바로 물어볼 수 있고, 과학 실험도, 영어 질문도, 글쓰기 도움도 받을 수 있어. 신기하지?”

다온이는 호기심에 가득 차 첫 수업을 기다렸다.


"난 왜 이 수업을 시작했을까?"


사실 이 실험에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2001년부터 학습 상담과 진로 상담을 했고 관련 심리검사 및 프로그램개발 강의를 해왔다, 그래서 아이가 자기주도적 학습자로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부모가 되고 보니, 그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매일 체감한다.


특히 학년이 오를수록 사교육비는 끝없이 늘어난다. 초등학교부터는 학원 한두 군데는 기본이고,

중학교·고등학교로 올라가면 매달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교육비는 부모의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아이의 배움은 점점 외주화되어 집이 아닌 곳에 머무는 만큼 부모는 자녀와의 심리적 거리도 멀어진다.


나와 와이프는 오래전부터 삼남매가 스스로 공부할 힘을 기르는 것을 육아의 목표로 삼아왔다.

AI라는 새로운 기술이 우리 앞에 놓여졌고 스마트 러닝이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에 던져졌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시도에 나도 동참하기로 했다.


"AI라는 신기한 도구와 내가 가진 경험을 접목한다면,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열정이 내 마음 속에 꿈틀거린다.


그 마음으로 다온이와 AI 수업을 시작했다.


첫 수업 – 신기함과 혼란


첫 수업 전, 나는 구름이 선생님에게 미리 “훈련”을 시켰다. 초등 1학년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도록, 다온이가 흥미를 가질 만한 질문을 던져주도록 프롬프트를 조정했다.


드디어 7월 말, 첫 수업이 열렸다. 다온이는 챗GPT에 직접 이름을 붙여주었다. “구름이 선생님.”

그 순간, 기계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다온이에게 친근한 선생님이 되었다.


수업은 음성으로 진행했다. 다온이는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다. “공룡은 왜 멸종했어?”, “달은 왜 모양이 바뀌어?”, “고래는 물고기야?” 질문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곧 문제가 생겼다. 주제가 정해지지 않으니 대화가 산만해지고, 구름이 선생님은 때때로 너무 어려운 답을 내놓았다. 다온이는 억지로 질문을 만들다 화제를 바꾸기 바빴다. 첫날은 결국 ‘질문 연습’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 후의 실험들


두 번째 수업은 과학. 하지만 준비물이 없었다. 준비물 없는 과학은 금세 흥미를 잃었다.

세 번째 수업은 영어. 그러나 쌍둥이 남매의 난입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시도했다. 받아쓰기를 해보기도 하고, 일기를 AI와 함께 써보기도 했다.

여행 계획을 세워보며 아이디어를 주고받기도 했다. 한 달간 다양한 실험을 했지만, 가장 뚜렷한 성과는 하나였다.

다온이가 AI와 대화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자연스럽게 질문을 이어간다는 것.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처음에는 ‘AI 선생님 수업’을 통해 뭔가 뚜렷한 성취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초등학교 1학년의 집중력은 10분 남짓, 질문은 산만하고, 준비는 부족했다.

돌아보니 부모로서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이제는 조금 내려놓으려 한다.

자녀에게 기대하는 과한 욕심과 조급함을.


AI는 완벽한 선생님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의 호기심을 받아주고, 언제든 곁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선생님은 될 수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단순하다. 다온이가 즐겁게 배우는 경험을 이어가는 것.

AI의 방대한 지식, 초등학생의 끝없는 호기심, 그리고 부모의 지혜가 어우러길 바란다. 구름이 선생님과 수업을 만들어가는 건 다온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다온이와 구름이 선생님의 새로운 도전, 이제 2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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