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자라게 한다'에필로그
밤마다 아이들이 잠든 방을 나서면, 조용한 나의 시간이 시작된다.
어느 날 밤 화장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얼굴에 자리 잡은 늘어난 주름에 웃음보다 한숨이 먼저 새어 나온다.
가끔은 내가 초라하다.
아이들에게 더 따뜻하고, 여유롭고, 능력있으며, 현명한 아빠이고 싶지만 현실의 나는 그저 버티는 사람일 때가 많다.
심리학자로 살아오며 수많은 부모의 마음을 들여다봤지만, 정작 삼남매 부모가 되고 보니 내 마음은 늘 미숙하고 서툴다. 그런 내 모습이 싫기도 하지만 또 애틋하다. 자기 연민이 이런 건가.
1호가 태어나고 2호, 3호와 함께 뒹굴면서
부족한 나를 바라보며 느낀 초라함을 어느 순간 인정했다. 순순히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 삶은 조금씩 더 부드러워졌다.
다온이는 여전히 사소한 일에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한준이는 무너진 나를 대신해 “다시 하면 되지”라며 웃는다.
채린이는 언제나 내 손을 꼭 잡으며
“아빠, 오늘도 잘했어”라고 말해준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다시 일으킨다.
아이는 내 결핍을 비추는 거울이면서도,
내 회복력을 자라게 하는 스승이다.
이제 나는 안다.
부모로 산다는 건 완벽해지는 일이 아니라,
조금 더 솔직해지는 일이라는 걸.
내 불안과 초라함을 숨기지 않고,
그 안에서도 웃을 수 있는 용기를 배우는 일이다.
비로서 그 때 변화가 일어난다.
비로서 그 때 부모도 성장하게 된다.
언젠가 아이들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아빠는 늘 흔들렸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너희와 함께 자라는 법을 배웠단다.”
삼남매 인생수업 매거진 54편을 바탕으로 브런치북으로 엮고 있는 지금,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불안과 사랑, 욕심과 후회,
그 모든 감정이 나를 조금 더 인간답게 만든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조금 더 괜찮은 부모,
조금 더 단단한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또 다른 부모들도
자신의 초라함 속에서,
작은 회복의 불빛 하나를 찾기를 바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결국 서로를 자라게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