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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에 함께 넣은 스마트 폰

꺼내야 할 건 부모의 태도[스마트폰과 싸우는 우리]

by 담연 이주원

스마트워치 사건에서 스마트폰까지

https://brunch.co.kr/@tnlfl20/123

몇 달 전 아침, 다온이가 스마트워치를 잃어버린 후

우리 부부는 스마트워치를 스마트폰으로 바꿔달라는 다온이 요구에 시달렸다.
결국 다온이에게 1학년 1학기 여름방학을 시작할 때쯤 스마트폰을 사줬다.


요즘 초등 1학년의 사회생활은 작은 화면 안에서 이루어진다. 친구들과 번호를 주고받고, 짧은 메시지로 약속을 잡으며 관계를 맺어간다. 나는 스마트폰을 ‘위험한 기계’로만 보았는데, 아이 눈에는 친구와 연결되는 가교역할이 스마트폰이다. 초1 딸에게 스마트폰은 잘 사용한다면 요리사의 훌륭한 칼이 되지만 잘못사용하면 위험한 도구로 나와 남을 해칠 수도 있다.


문제는 사용 이후였다

스마트폰을 사주면서 우리는 몇 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사용시간제한, 식사시간과 잠자기 전 사용 금지, 앱 설치는 부모 허락 하에 결정 그렇지만 “충전하려고”, “잠깐만”, "영어 공부하려고" 같은 온갖 핑계가 끊임없이 등장했다. 그리고 어느새 릴스와 유튜브를 보고 있다. 그러면 쌍둥이 남매까지 함께 몰려들어 나란히 스마트폰 작은 화면을 보고 있다. 이론 상으로는 완벽한 규칙이었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리고 냉정하다.


우리 집은 올해 초 IPTV 서비스를 해지하였다. 그리고 그 시간은 그림 그리기, 춤추기, 책 읽기, 대화로 채워졌는데, 어느 순간 다온이가 TV로 유튜브를 연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TV를 완전히 치워버렸다. 이런 갈등을 줄이는 확실한 방법은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TV를 보는 것보다 삼남매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훨씬 의미 있고 행복하게 다가와 놀랐다. 그런데 다온이가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면서 다시 작은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대부분 전쟁에서 승리자는 강력한 유혹을 뽐내는 스마트폰이다. 부모가 부르는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삼남매 모두 작은 화면에 빨려 들어간다. 그래서 가족회의를 열었다.

그 결과,

모든 가족은 현관에 비치된 바구니에 폰을 넣는다.

교육용 앱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태블릿에서만 사용한다.

식탁과 침실은 ‘기기 금지 구역’. 모두가 사용하는 거실에서만 필요에 따라 어른 허락 하에 사용시간을 정해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대체 활동을 ‘준비’해 둔다. [보드게임, 공놀이, 장난감, 만화 그리기, 쿠키 굽기, 책 등]

회의가 끝나고 다온이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근데 아빠, 아빠는 일 때문이라며 스마트폰 볼 거지.”
정곡. 그래서 이번엔 진짜 같이 하기로 했다. 12세가 되기 전 ‘아이의 자기 조절’은 ‘부모가 함께 조절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5년 전, 친구가 카톡 알림이 자주 울리는 단톡방을 나간 일이 있다. “자녀가 스마트폰 너무 써서 나도 못 쓰겠다. 필요한 연락은 전화로 해라.”라는 말을 남기고 그는 떠났다. 그때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너무 공감이 된다. 아이만 통제하는 게 아니라, 부모도 함께 규칙을 지켜야 한다.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

연구들은 스마트폰 중독이나 과도한 사용이 아동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전두엽 기능 약화: 충동 조절과 의사결정 능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피질 발달 지연: 뇌의 피질 표면적 증가가 정상보다 더딘 경향이 관찰된다.

주의·집중력 저하: 작업 기억, 선택적 주의 같은 핵심 인지 기능이 약화된다.

삶의 질 감소: 수면 문제, 정서 불안, 대인 관계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즉, 아직 발달 중인 아이 뇌는 스마트폰 자극에 특히 민감하다. 단순히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차원을 넘어, 뇌 구조와 기능 자체의 성장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 이렇게 본다

스마트폰 중독은 단순히 “오래 쓰는 것”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DSM-5에 스마트폰 중독 용어도 준거도 없지만 간단히 스마트폰 중독 판단 준거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스마트폰 사용 때문에 숙제, 학업, 친구 관계 같은 일상생활이 흔들리고,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다. 줄이려 해도 실패하며, 사용하지 못하면 불안해진다. 가족과 다툼이 늘고, 사용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말로 둘러대는 일이 많아진다. 결국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부모의 역할: 조절의 동반자

심리학적으로 자기 조절은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혼자 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정교한 자기 조절은 대략 12세 전후부터 본격적으로 가능해진다. 따라서 그 이전에는 부모가 환경을 설계하고, 함께 규칙을 세우고, 모범을 보이며 돕는 공동 조절(co-regulation) 이 필수다.

그리고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통제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강제로 뺏는 대신, “왜 조절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대화하고, 아이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조절은 강압이 아니라 능력이 되어야 한다.


스마트폰은 아이에게 사회적 연결의 도구이자 즉각적 쾌락의 함정이다. 부모는 이 장점을 살리고 함정은 줄이도록 양육해야 한다. 금지가 아니라 연습을 통해서 조절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아마도 성공만큼 실패도 맛보겠지만 그렇게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스스로 스마트폰을 조절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금연 시도를 자주 하는 사람이 결국 금연에 성공하는 것처럼 스마트폰 조절을 자주 시도하는 가족이 성공한다.


바구니에 폰을 함께 넣는 연습, 대신할 놀이를 함께하는 것, “이쯤에서 멈추자”를 화내지 말고 엄중하게 말하는 연습. 이 작은 훈련이 쌓여 언젠가는 아이 스스로 경계선을 긋게 되고 스마트폰을 조절해 나갈 것이다.

스마트폰 교육의 진짜 대상은 아이만이 아니라 부모인 나 자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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