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아기의 첫 해외여행: 배려

호이안 올드타운이 가져다준 평화

by 담연 이주원

흐린 날씨만큼 무거운 분위기가 감도는 리조트에서 나는 약을 먹고 정신없이 잠들었다.

두 분은 사부작사부작 돌아다니시며 빨래, 독서, 짐 정리를 하신다. 늦은 오후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추적추적 내리는 올드타운으로 아픈 나를 끌고 갈지 말지 고민이 많으셨나 보다. 아직도 체온을 재면서 설왕설래하신다.


결정을 하셨는지 유모차는 놔두고 작은 캐리어 가방과 힙시트를 가지고 길을 나선다. 나도 자고 나니 몸이 한결 가볍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지만 여기는 동남아인데 목에는 손수건을 두르고 카디건을 입히신다. 아빠에게 안겨가다가 몇 번 불편함을 표현했지만 벗겨줄 마음은 없는 것 같아 받아들이기로 했다.


호이안 박물관에 내려서 마담콴 반미 집에 먼저 들렀다.

난 한식 파라서 베트남 음식을 거부하는 중이다. 그래서 맛은 잘 모르겠지만 엄마가 하나를 다 먹었으니 향신료 맛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아빠는 뭐든 잘 드신 후 맛을 평가하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저기 콘 우유는 내 입맛에 딱이다. 적당한 고소함에 어울린 단맛은 이전에 맛봤던 인디언밥 우유와도 비슷하면서도 그 보단 고급스런 맛이었다.


반미 집에서 길을 나서려니 밖은 어둠과 함께 흩날리는 빗방울이 온통 거리를 뒤덮고 있다. 힙시트에 나를 앉히고는 오른쪽으로 가시던 아빠는 입에 조미료 맛이 남는다며 반미에 조미료 과다설을 말하신다. 엄마는 아직도 대꾸를 안 하신다. 오전에 얼어붙은 사이가 해빙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어! 이 길이 아닌가 보다. 뒤돌아서는 아빠에게 엄마는 한 마디 불쑥 던지신다.


그렇게 잘난 척하시더니 길도 못 찾으시네.


이번에는 아빠가 대꾸 없이 반대 방향으로 걸으신다. 두 분이서 뭘 하시는지 지켜보는 나는 기분이 묘하다. 재미난 것은 말은 툭툭 정감 없이 던지시면서 두 분의 행동은 반대이다. 복잡한 길을 걸으며 행여 다칠까 봐 서로 보면서 가이드해 주시고 서로 위치를 확인하며 보조를 맞춰 걸으신다. 말과 행동이 불일치된 모습에 '우리 집 냉전기류는 얼마 안 남았구나'라는 추측을 해 본다.


올드타운 근처에 다다르니 다가오는 느낌은 뭔지 모를 소울과 감성이 그렇게
그냥 내 가슴은 팍 내리친다.

어서 구경하고 싶은데 부모님은 또 식당인 듯 카페 같은 곳으로 들어가신다.


금방 많이 드셨다아이가 이제 고마 묵고 구경 먼저 한 후에 드시지요. 아빠 엄마!

이것저것 상을 한가득 메운다. 내 입으로 차례로 반쎄오, 쌀국수, 고기 꼬치가 들어왔지만 한식 파인 나에겐 다 낯설게 느껴진다. 그래서 요리 흔들고 저리 흔들며 음식을 정중히 거절했다. 두 분은 역시나 잘 드시고 서로 음식을 먹여주시고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주신다.


참 이해하기 어려운 아빠 엄마이다. 서로에게 갈등이 생기면 기분이 상해서 행동도 거칠어야 하는데 반대로 더 배려하고 챙겨주시니 일관성 없는 모습이다. 아마도 15년간 살면서 의견 차이로 일어나는 갈등에 대처하는 나름에 모습일 것이다.


그나마 망고주스는 먹을 만하다. 한 잔 원샷 하고 싶은데 한잔으로 우리 가족이 모두 나눠 마신다. 서로 관계도 안 좋으신데 1인 1 주스 하시지 왜 그러시는지.


식사를 마치고 걷는 올드타운은 젊음과 열정이 있는 흡사 대학교 주점 같은 분위기와 이전 중국, 일본, 인도, 프랑스, 포르투갈 등 외국과 교류로 이뤄낸 아픔과 영광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고풍스러움이 느껴진다. 내 귀에 쉴 새 없이 옛날 그 날에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 역동적인 매력이 다가온다.

하루 저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아빠는 말하며 내내 아쉬워했다. 적어도 2일 정도 낮과 밤으로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생활하기 좋은 곳이라고 서로 대화하신다. 내가 태어나기 전 아빠 엄마가 가셨던 이태리 피렌체처럼 전혀 다른 곳이면서도 오랫동안 머물며 생활하고 싶은 곳이라며 서로 의견을 맞추신다.


엄마가 슬쩍 아빠 손을 잡으며 걸으신다.


아빠 얼굴에 함박 미소가 가득하다. 이렇게 호이안 올드타운은 우리 가족에게 평화와 따뜻함을 주었다. 아빠는 이어서 말하신다 다온이 와 뒤따라 걸을 테니 가고 싶은 곳이면 앞장서서 들어가요. 사고 싶은 것 있으면 사고요.


투본강을 마주 보고 여러 종류에 이쁘고 매력 넘치는 상점이 즐비하다. 거기다 물가도 저렴하니 관광객에게는 이런 호사가 어디 있으랴.

엄마는 위에 가장 작은 그림을 너무 사고 싶어 하셨지만 가격과 가지고 가기에 너무 부담스러운 크기라며 아쉬워하셨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고 계시는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나도 원하는 물건이 있어 움켜쥐고 소리쳤다.

악 아아 악

손에 쥐고 있는 베트남 남자와 여자가 내가 원하던 것이다. 아빠 엄마는 내 가방 2개와 이쁜 캐릭터 샾에서 소리쳐서 얻어낸 물건들만 샀다. 엄청 돌아다니시며 구경하시고는 내 거만 사시는 대단한 인내심을 보여주셨다.


아빠는 원하는 신발, 가방, 옷을 사라고 했지만 한 시장에서 떠나기 전 사면된다며 아이쇼핑으로 쇼핑 욕구를 엄마는 충족하신다.

두 분 다 덥고 습한 날씨에 아픈 나를 힙시트에 앉히고 카디건과 목에 수건을 둘러서 데리고 다녔으니 내 꼴이 땀에 흠뻑 젖어서 말이 아니었다. 그제야 내 모습을 발견한 엄마는 옷을 벗겨주시고 급히 주변에 이태리 카페로 들어가신다.

나에 대한 미안함에 결과는 유튜브 시청과 내가 좋아하는 과일주스로 표현하셨다. 너무 맛있다며 엄마는 내일 또 올드타운 와서 구경하고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 말하신다. 아빠도 내일 다온이 컨디션 보고 결정하자며 오늘 올드타운 둘러보기를 아쉬워하신다.


오전에 우리 가족에 긴장된 분위기를 호이안 올드타운이 서로를 공감하며 사랑하게 해 줬다. 훈훈한 하루를 마무리 해줘서 고마워!


아이 러브 호이안 올드타운!


다음 편에서는 아픈 몸을 딛고 원하는 것을 해낸 다온이 수영 편입니다.

https://brunch.co.kr/@tnlfl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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