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아기의 첫 해외여행: 갈등

호이안에서 맞이한 하루

by 담연 이주원
아침에 일어나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흐르는 냉랭함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긴장감이 감도는 이때 내가 '아빠! 엄마!'를 힘껏 불러야 내 불안함도 해소되고 부모님 사이도 좋아질 텐데. 목이 아파서 말하기도, 침 넘기기도, 숨쉬기도 힘들다.


부모님은 가방에 주섬주섬 내 물건들을 챙기시더니 아픈 나를 이끌고 새벽 6시에 길을 나서신다. 베트남은 우리나라보다 2시간 늦다. 그래서 현재시간이 한국시간으로는 8시다. 말이 새벽이지 아침인 것이다.

냉랭한 분위기에서 엄마가 말한다.

"여보 나 새벽형 인간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

아빠는 못 들은 척 무시하고 말하신다.

"다온이가 아픈 것도 약을 부실하게 챙긴 것도 다 공동책임이니 더 이상 말은 안 할게. 그래도 우리 다온이 조심해서 잘 키우자."


아! 새벽에 이 분위기는 내가 아픈 이유와
약을 부실하게 챙긴 것 때문에 서로 갈등으로 빚어진 기분 나쁜 냄새였구나.


그리고 이어서 아빠가 말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하나약국에서 배달도 해준다고 하니 8시 30분쯤 전화해보자"라고 말하신다. 엄마는 고개만 끄덕이신다.

애매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서로 열심히 소통하고 계시니 좋아질 거라 믿는다.

우리 가족은 새벽시장을 걸어서 찾아가고 있다. 베트남의 9월 초 새벽은 선선한 바람이 유모차를 스치며 내 몸을 감싸 안는 기분 좋은 느낌이다. 나는 이 바람을 더 느끼고 싶어 졌다. 구글 맵을 켜고 걸으며 베트남 분들에게 길을 물으시며 앞장서 가는 아빠를 힘차게 부르고 두 손을 뻗었다. 역시 아빠는 내 마음을 금세 알아차리신다. 나를 힙시트에 앉히고 길을 재촉하신다.

아빠 품에서 느껴지는 호이안에 바람과 내음은 아픈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다.


새벽시장에서 아빠는 과일 가격을 물으시고는 여느 때처럼 엄마에게 허락을 구하신다.

"망고스틴과 망고 모두 1킬로에 40만 동(2,000원)이라고 하는데 2킬로씩 살까?"


엄마가 짧게 대답하신다. "아직 어제 산 과일이 냉장고에 있으니 망고는 1킬로만 사요"


과일을 사고 시장 구경을 하다 옥수수도 하나 사셔서 숙소로 왔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이 곳은 먹을 만한 게 있으려나.

수박을 제외하고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 없다. 몸이 아프니 입맛도 없다. 그리고 대체로 짜다. 아빠는 역시 맛있다며 잘 드시고 엄마는 짜다며 연신 물을 들이켜신다.


아침부터 두 분은 바쁘시다. 엄마는 집에서 가져온 육수에 빅씨 마트에서 산 다양한 채소를 다져서 넣고 햇반과 함께 푹 끓여 내 식사를 준비하신다. 아빠는 숙소 정리와 아픈 나랑 놀아주시며 약사님과 카톡을 하시느라 바쁘시다. 아빠와 엄마 모두 나를 위해 열심히 시다. 아직 어려서 나는 당연한 일로 느끼지만 내가 우리 집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라는 것도 안다. 새벽에 불안함은 온데간데없고 두 분 모두 사랑으로 나를 케어하시는 이 아침이 너무 좋다. 그래서 입맛이 없었지만 밥도 맛있게 먹었다.


다음 편에서는 호이안 올드타운을 돌아보겠습니다.

https://brunch.co.kr/@tnlfl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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