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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Oct 22. 2024

다시 만난 술의 세계

다시 만난 술의 세계


곱창을 안주로 소주 한잔하고 싶을 때가 있다.

소주를 마시며 곱창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떤 게 먼저 나오더라도 둘의 합을 기대했고,

그 순간이 돌아오기를 바랐다.     


몸의 이상 신호로 어느 해부터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되었다.

아프기 시작하며 일상이 무너졌기에 내가 어떤 것도 할 수 있던 사람인데, 작은 것 하나도 해내지 못한다는 데 많이 좌절했다. 나는 언제 아프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지 힘들어하다가 확실히 알게 된 것! 인정해야 하는 것! 지금이 나의 일상이고, 나라는 것. 돌아갈 수 있고 없고의 개념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살아가고 또 다른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2024년 5월, 하이볼 한 모금을 도전했다.

거의 8년 만에 내 몸에 알코올이 들어갔다.

술집도 8년 만에 첫 방문!

하이볼이라는 것도 처음 마셨다.

내가 알던 술안주인 곱창 말고도 안주 메뉴도 많았다. 이 메뉴들을 다 먹기 위해 나는 좀 더 내가 술을 마실 수 있기를 응원했다. 두 모금, 세 모금, 결국 하이볼 한 잔을 비웠고, 맥주 반 잔을 나눠마셨다. 이것이 다시 만난 술의 세계. 고작 이거 마시고 취해서 웃는 게 아니라 술을 마실 수 있고 내 몸이 알코올을 받아들여 준 것에 좋아서 계속 웃었다.      


다음날은 낮부터 브런치 카페에 가서 자몽 빛이 나는 칵테일과 함께 책을 읽었다.      

그리고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 지인을 만나서 낮술로 하이볼을 마셨다. 이날은 하이볼 한 잔에 몸이 이상 신호를 보냈다. 나와 술 약속을 잡고 직장에서 반차 쓴 분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어지럽고 힘들었는데... 웬걸. 해가 지고 나니까 다시 몸이 평온해졌다. 낮술이 이래서 무서운 거구나. 2차로 선술집에 가서 선술집 안주 메뉴를 즐기며 술을 거들었다.    

  

최근 10월 초, 고된 노동을 하고 지인분과 맥주를 마셨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 이사 온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동네 술집을 갔다. 내가 모르는 술집들이 그제야 눈에 띄었고,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동네 친구 한 명이 있음에 감사했다.      


10월 중순 이번엔 혼술 도전!

교육을 받으러 낯선 곳에 갔다가 돈까스가 맛있다는 술집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혼자 먹기에는 눈치도 보이고 먹다가 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먹태와 하이볼 한 잔. 그리고 크림 맥주 반 잔. 개인 공간으로 되어있는 곳이고 혼술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어색함에 남은 먹태를 포장해서 어두워진 집으로 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곱창이 먼저인가, 소주가 먼저인가 우열을 다투던 그때.

바라던 마음들은 술과 안주가 아니라 그것을 베이스로 함께 나누던 누군가와 대화였음을.

나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할 줄 알고 이제 제대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두근거리는 시간을 보내던 그때. 나는 왜 아프기 시작한 걸까? 인생이 원망스러웠고 잃어버린 건 사람이다.

최근 혼술을 하는 순간, 예전에도 술을 좋아했던 게 아니라, 그때 사람들과 분위기를 좋아했던 게 기억났다.     

  

슬프고 그리운 누군가를 생각하다가 되돌릴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할 타이밍

적은 양이지만 술을 마시게 된 내 컨디션을 칭찬하고,

동네에 단 한 명이라도 함께 마실 술친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아프고 난 이후에 다시 시작된 내 인연과 사람들에게 집중하자는 것!

이것이 나의 인생이고, 나의 또 다른 시작점임을.      


다시 만난 술의 세계

나의 세계에 술의 등장, 웰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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