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수리 감성돈 Oct 22. 2024

아는 농부님, 믿고 먹는 행복

아는 농부님, 믿고 먹는 행복    

 

<오렌지 베이커리> 책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책에 등장하는 키티와 키티의 아빠. 키티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있고, 그런 딸 키티와 함께 발맞춰 나가는 아빠의 모습에서 나와 아버지를 닮은 부분을 발견했다.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하는 모습마저도 닮았다.     

빵과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은 베이커리에 집중해서 책을 읽었다고 했다.     

또 하나, 내가 집중하고 공감했던 부분은 <오렌지 베이커리>에서 만들어지고 판매되는 것들이 대부분 그 지역에서 생산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어서 말했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한 재료로 빵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가장 저렴한 대안이 아니라 사는 동네에서 생산된 것들을 쓰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는 대목이다.


세상에! 먼 나라에서 쓴 누군가의 이야기지만, 비슷한 것을 경험하고 생각한 것! 그것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공감들. 소름이 돋았다.        

충주-아산-부천-서울-양평 여러 곳에 머물며 이제껏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을 이곳에 와서 알고 먹게 되었다. 알고 지내는 농부님이 있다는 것. 남들은 여행과 관광을 하러 오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농사를 업으로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음식이 밥상에 오르고 내 입안에 들어오기까지 수고로움과 감사함, 생각하고 먹게 되었다는 것. 그 모든 것들이 ‘로컬’이 지역에서 일어난다는 것. 확실한 원재료를 알고 먹는 일. 맛있는 걸 먹을 때 가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나는 농부님들 얼굴이 생각난다.      


1차 원재료뿐만 아니라 2차 가공하는 제품도 구할 수 있다. 같은 식재료라도 삶거나 굽기, 데치거나 볶는 등 조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고 했다. 조금 더 풍성하게 먹고자 한다면 음식 조리에 대한 나의 노력도 필요할 때이다. 약간 비장해짐. 나에 대해서 예열하는 구간.     


나도 ‘우리’라고 말하자면 우리 마을에 우리밀로 건강한 빵을 만드는 분들, 목장에서 우유와 치즈를 가져오는 분들, 싱싱한 채소를 기르는 분들, 맛있는 조리를 연구하는 분들이 많다. ‘우리’라는 것은 더 이상 대안이나 대체가 아니라, 확실함과 믿음, 보고 경험한 것을 통한 최고의 선택이다.    

  

어느 지역을 가게 되면 시장과 로컬푸드직매장을 가는 게 나만의 코스가 되었다. 우리 지역에서 나지 않는 작물이나 식품군을 보게 되면 그것을 알아가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 그리고 농부님의 성함과 가끔 생산자가 직접 쓴 작물의 설명, 손 글씨도 볼 수 있다. 내 인생에서 또 다른 어떤 것을 발견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우리’ 농부님들과 농부님을 통해 이어진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이전 09화 다시 만난 술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