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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Feb 17. 2020

맛있는 거 말고, 재밌는 거 먹고 싶은 날

2020년 2월 17일-백수 48일째-    


드라마보다 관찰예능 프로그램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얼마전에 아이와 아버지가 나오는 관찰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아이에게 붕어판 틀을 보여주고 거기에 밥을 볶아서 원하는 토핑을 얹어서 먹는 것을 보았다. 아이는 본인이 참여해서 만들었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고 맛도 좋아서 음식을 잘 먹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재미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졌다. 그런 음식을 먹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직장 다녔을 때 발달장애 아동.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강사 분을 관리하는 업무가 내 역할이여서 요리 강사 분이 프로그램을 위해 가져온 것을 보고 친구들이 모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활동을 같이 원조했다. 삼색 김밥, 초코렛 토핑, 샌드위치 만들기, 컵밥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했다. 그때 재료도 신선했고, 건강했고,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었다. 연애를 할 때도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도시락을 만들었다. 만들기 쉬운 것이기는 하지만 초밥을 만들고, 과일 꼬지를 꽂고, 주먹밥을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전 다닌 직장에서는 센터에 있는 청소년들이 직접 요리에 참여해서 해 먹는 시간이 있었다. 떡볶이, 볶음밥, 김밥 등 다양한 것들을 만들었고, 먹는 재미가 있었다.     


내 입맛은 15년 넘는 자취생활에도 불구하고 바깥 음식에 길들여져 있다. 무언가 직접 지지고 볶고 해서 먹는 것에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요며칠 계속 입맛이 없었다. 입맛이 없다고 음식을 남기거나 버리는 경우는 없지만, 뭔가 빠진 기분이였다. 백수의 밥상이라 그런건가, 혼자 먹는 밥상이라 그런건가 잘 소화도 되지 않는 기분이다. 그러다가 파다닷! 먼가가 번뜩 떠오른다. 

‘내 밥상은 재미가 빠졌구나.’    


재밌는 밥상을 만들기 위해 이번주는 재미난 아이디어를 생각해 볼 예정이다. 꼭 무언가를 사들이지 않아도 내 냉장고 안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좋았어! 바로 그거야! 이미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행복한 밥상을 위해! 냉장고를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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