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소나무였어.
겉으로 굳건한 척 단단한 척 했지만
속으로 끙끙 앓고 흔들렸어.
그럴 때마다 날 잡아 준 건 너였고
네가 떠난다 하니 난 다시 흔들렸어.
네가 떠난 지금
나는 다시 진리를 잃고
본분을 잊어가고 있어.
그래서 나는 나로 살아갈 수 없어.
사람들에게 그늘도 되어주지 못하고
그 어떤 의미도 되지 못해.
다시 네가 와 준다면 좋을 텐데
다시 날 잡아준다면 좋을 텐데
만약 다시 돌아온다면
내 모든 힘 다해
솔잎의 부드러운 면 하나하나로 천천히 쓰다듬어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