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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 강사경력 5년의 영어 선생님

이름 바꾸세요. 똥꼬로 들려요.ㅋㅋ

다행스럽게도 나와 우리 아이들이 살 집도 웬만한 곳으로 구하고 아이들이 다닐 학교도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결정됐다. 그리고 이제 나도 한국에서부터 이미 정해놓은 유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부끄럽게도 캐나다 컬리지에 바로 입학할 영어실력이 안 어쩔 수 없이 1년짜리 어학원 코스로 먼저 캐나다 이민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오... 그런데 이건 약간 무리가 있는 표현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이민이란 그 나라의 정부가 나를 국민까지는 아니라도 아직은 외국인 신분이지만 최소한 내가 원하는 때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영주권을 받았다.'라고 표현하는데 그 당시 나처럼 학생비자를 가진 자라든지 단기 노동비자를 소지한 자는 이민자라고 할 수 없다. 

단지 본인이 영주권자가 되기 원한다면 학생 신분 또는 단기 외국인 노동자 신분으입국하여 소정의 학업과 일정 조건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면(캐나다 안에서 육 개월 또는 일 년 이상의 근로,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등을 점수로 환산하여 자격을 부여) 신청이 가능하며 많은 이민 신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따르게 된다.




저번 화에도 잠깐 언급했는데 어학원에는 학생의 반 수가 중국인 그다음 한국인 그다음 인도인 그리고 나머지 적의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려고 와 있었다. 미로처럼 갈라진 어학원의 복도길에 여러 개의 교실들이  호텔 방문처럼 나있었고 교실마다 학생들로 차있었다. 어떤 반은 나름대로 여유 있는 표정의 학생들이 있었고 다른 반은 긴장이 력한 표정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물어보지 않아도 전자의 경우는 어학원 구력이 좀 된, 후자는 이제 처음 시작한 사람들일 테지.

수업 시간, 난생처음 원어민에게 수업을 받는데(학교 다닐 때 잠깐 회화학원 수강은 빼고) 이 기분은... 난감함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할까? 대충 알아들을 것 같기도 한데 거기에 맞춰서 작업을 수행하면 나만 다른 것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 이건 군중 속의 소외도 아니고 뻘짓을 하는 듯한 기분?ㅋㅋ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함께 있는 다른 한국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처음엔 그래요. 조금만 듣다 보면 대충 감 잡고 때려 맞출 수 있어요."


글쎄... 어떻게 오전 수업이 지나갔는지 모르게 어리바리 지나갔고 점심시간이 되어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한국학생들 하고 둘러앉아 먹었다.

몇 달 먼저 혹은 몇 주 먼저 입학한 어학원 선배들의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까마득한 후배인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게 사실이고 어떤 게 과장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어학원 영어로는 아무 도움도 안 돼요. 컬리지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에요."

"얘네들 가르치는 꼴 보면 10년을 다녀도 그대로일걸요?"


큰일 났네. 중론이 그런 걸 보면 여기서 영어실력을 늘리기는 글렀나 보다. 하지만 여기 과정대로 따라가면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컬리지에 입학할 정도의 점수는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뭐 어차피 그것 때문에 온 것 아닌가. 많이 아쉬웠지만 인정해야지 어쩌겠나. 어휴~~ 그래도 등록금이 얼만데...


오후수업이 시작되었다.

어렸을 때 자메이카에서 캐나다로 이민온 선생님이었는데. 한국의 한 어학원에서 오 년 동안 강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 선생님은 한국의 교육방식에 이해가 깊어 어떻게 하면 동양인들에게 효율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는가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선생님과 수업하는 두 시간 반 동안 나는 마치 발음과 억양이 굉장히 표준적인 한국사람에게 한국말로 수업을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녀가 자기 말을 쉽게 알아듣도록 천천히 말하느냐?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보통보다 빠른 속도로 이야기했고 단지 학생들이 알 수 있는 그 단계에 맞는 아는 적절한 단어를 골라 구사하고 있었다. 한동안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본 나의 경험으로도 속도가 중요한 건 아니다. 명확한 발음과 수준에 맞는 적절한 단어 사용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은 내가 잘 알고 있었는데 그녀가 딱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때 내 머릿속에 불빛이 번쩍했다. 나는 영어를 못 알아듣는 게 아니라 다양한 억양의 영어발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었다.(자기 합리화의 기막힌 소스 발견) 그래서 리스닝이 어렵고 그로 인해 대답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발음만 명확히 해준다면 최소한 알아듣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표준 영어발음을 기대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라 여전히 그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누군가와 같이 일을 하게 되면 한동안은 그 사람의 억양에 적응하느라 무척 힘이 든다.)

이후에 그녀는 수업 이외에 내 한국이름이 여기에선 엉덩이(정확하겐 똥꼬ㅋㅋ)또는 폭탄과 발음이 비슷해서 여기서 계속 살 결심이라면 영어이름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것이라는 것 같은 개인적인 조언을 주었다, 또, 그녀는 최근에 한국에서 일어나는 여러 이슈에 대한 궁금증들을 나에게 물어왔고, 나는 안 되는 영어로 성심껏 대답해 주곤 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딱 여기까지 ㅋㅋ(훌륭한 선생님이었다.)

그녀가 한국을 얼마나 사랑했냐 하면 한국에서 강사생활을 하면서 한국인 동료들이 밥 먹을 때 꼭 같이 먹자라는 말을 해주는 데에 너무나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자기는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해 보지 못했다고 하면서. 그리고 그녀의 집에는 언제나 밥솥에 밥이 있고 김치와 고추장이 늘 준비되어 있다고 자랑할 정도였다. 그리고 얼마 후에 그녀가 새로 차를 바꿨는데 현대자동차의 코나로 바꾸면서 너무나 기쁘다고 자기에겐 이 정도 크기의 차가 딱 맞는데 성능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면서.

수줍음 많고 부끄럼 많은 한국 학생들에게 어떤 때는 카리스마 있게 때론 용기를 불어넣어 주면서 이끌어 준 Ms Deirdore Nelson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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