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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가 UFO를 만나는구나...!!!

에휴... 그럴 리가 없다.

어학원을 다닐 때였다. 그때는 신분 상으로 거의 일 년에 한 번씩 이민국에 갱신신청을 하고 허락받아야만 캐나다에서 계속 거주할 자격이 생기는 학생비자 소지자였지만(신청비용만 거의 이십오만 원 우린 세명이니까 칠십오만 원이 드는) 그때가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다. 돈 벌겠다고 이리저리 알아볼 필요도 없었고(학기 중 일 하는 건 불법이므로) 나이에 상관없이 국적에 상관없이 서로 같은 처지라 점심도 같이 먹고 금요일 오후에는 수업 끝나고 팀홀튼에 가서 커피와 도넛도 즐기면서 사는 얘기도 하고 말이다. 아쉽지만 그중 상당 수가 여러가지 신상의 이유로 한국을 비롯한 각자의 본국으로 돌아가기도 했고 반 정도는 여전히 캐나다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당시 내가 느끼던 감정은 아마 정말로 오랜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구나. 가족들에겐 좀 미안하긴 했지만 나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했었다. 그걸 한국이 아닌 캐나다에 와서야 갖게 되는구나.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데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중국국적의 서른 초반의 여자가 있었다. 나보다 한 단계 높은 레벨의 반에서 공부하던 이였다.(나보다 영어를 잘했다라기 보다는 나보다 일찍 왔다는 의미이다 ㅋㅋ) 그 당시 아직 차를 사지 않았던 관계로 아침에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어학원을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늘 만나곤 했다. 얼마 후 차를 사고 그녀와 함께 카풀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어떤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오후에 수업이 끝나면 남편도 일을 끝내고 그녀를 데리러 왔다. 그녀와 아침마다 학교 가는 길에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둘 다 상하이 출신이고 집에서 두 번째 자녀라고 했다.


"둘째라고? 정말? 내가 알기로 네 나이대면 중국에서 엄격한 산아제한으로 자녀를 한 명밖에 낳을 수 없었시절아는데?"

"맞아. 그래서 나나 내 남편이나 태어나지 못할 뻔했대. 하하하."


내 기억이 맞다면 중국에선 그 당시 둘째는 호적에 올릴 수 조차 없어서 강제 낙태뿐 아니라 아이를 버리는 일도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해외토픽 발로 신문에 나곤 했던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이 나 살리려고 공무원한테 돈 엄청 줬다고 그랬어. 내 남편 부모님도 그랬대."


무도한 세월에 무도한 나라에서 애꿎은 귀한 생명 둘이 죽어나갈 뻔했구나. 그러자 그녀의 순박하고 가식 없는 얼굴이 그날따라 더욱 귀해 보였다.




하루는 무척 추운 날 아침이었다. 아마 거의 영하 30도 가까이 내려갔던 것 같았다. 하지만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그녀와 어학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발걸음을 옮긴 순간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약 오십 미터 정도 떨어진 일층짜리 어학원 건물 지붕 위로 네 개의 해가 떠 있는 것이었다.


  "어!!! 저게 뭐지? 저게 뭐야?!!!"


가운데 동그란 해가 밝게 빛나고 있고 양 옆 그리고 위로 똑같은 간격으로 세로로 타원형인 해가 거의 같은 밝기로 빛나고 있어서 너무 눈이 부셨다.

 

"어...! 저게 뭐야? 저거 혹시 UFO 아냐??"


그 시간에 학원으로 오는 학생들 모두 네 개의 해를 쳐다보면서 하나같이 놀라고 있었다. 학원으로 들어가서 다들 핸드폰을 검색했다. 오... 이건 UFO는 아니었다.ㅋㅋㅋ

Sun Dog이라고 불리는 기상현상이었다. 주로 날씨가 캐나다 정도로 추운 곳에서 아주 맑은 날 태양 주위의  공기 중의 수증기가 얼어붙어서 마치 거울처럼 태양 빛을 반사해서 또 다른 태양이 생겨난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라고 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국에서도 강원도 같은 곳에서 아주 가끔 발견된다고 한다.) 나를 비롯해서 학생들 대부분이 공기가 안 좋고 상대적으로 더운 한국, 중국, 인도 사람들이라 저런 현상은 다들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으니 아침이 왁자지껄 했다.

난 진짜 처음 맞닥뜨린 순간 정말 UFO인가 보다 했다. 차문을 닫고 몸을 학원 방향으로 튼 순간 내 눈앞에 네 대의 비행선이 정확한 간격으로 그것도 아주 밝은 빛을 뿜으며 편대비행을 하고 있는 것이라니...(SF 영화를 보면 UFO는 대부분 아주 밝은 빛을 내뿜는다.) 나도 드디어 이 광활한 대륙에서 외계인을 만나게 되는 건가?ㅋㅋㅋ  그 이후로도 그런 현상은 가끔씩 일어났다. 단지 그때처럼 선명하고 밝진 않지만 태양을 둘러싸고 두 개 또는 세 개의 작은 동생 태양들이 엷게 빛을 비추는 것, 어떤 때는 무지개 빛깔을 띠기도 하고..  여기는 무지개도 쌍무지개가 기본이다. 여름에 소나기성 비가 내리고 나면 선명한 쌍무지개가 하늘의 반을 가르고, 가끔씩 저쪽 지평선 근처에서 뭉게뭉게 올라 있는 작은 적란운 아래로 비가 내리는 것 같아 보이면 그 옆에 작고 선명한 일곱 빛깔의 무지개를 그어 놓는다.




Sun Dog을 보면 학원을 같이 다녔던 그녀가 생각난다. 무척 귀하게 자랐을 것 같아 보이는, 심하진 않았지만 약간은 가지고 있었던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자유로운 캐나다에서 다시는 생명을 위협받는? 일 없이 남편과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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