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자전거 탄 풍경


'나'


어쩌면 이렇게도 매일 생각이 날 수 있을까? 아무리 선명한 트라우마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세월이 흐르면 희미해지거나 조금은 잊혀지기 마련인데 왜 그녀에 대한 기억만큼은 최소한 바래지지도 않을까?

 물론 정확히 말한다면 그 수 많았던 시간과 각각의 짜릿했던 에피소드가 모두 마치 지금 일어난 일처럼 선명하지야 않지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치 내 옆에 있었다는 듯이 그녀의 느낌은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나에게 스며들어 있다.

김광석의 노래처럼 내 방에는 그녀의 향기가 남고 내 작은 방이 그녀의 부재로 커졌듯이 나의 마음속에는 그녀가 떠난 대신 그녀의 모든 추억이 자리한 방이 마치 당당히 무기계약을 마친 세입자처럼, 엄마의 모든 세포와 완전히 호환되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탯줄로 단단히 고정되어 자신의 존재를 늘 각인시키는 아기처럼 그렇게 나에게 접착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너무나 어이없게도 아니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 어떤 매력적인 상대를 만나도 그녀와 비교하게 되고, 그녀를 떠올릴만한 모습이 상대에게도 있지 않을까 찾아보게 되고, 그런 유사한 면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흥미를 잃어버리는 병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정말 신기할 정도다.

어느 누구도 그녀와 같을 수는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이렇게 아무 느낌이 없을 수 있다니... 지금까지 경험했던 몇 사람과의 몇 번의 이별 그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아니 가수 하림의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라는 노래 제목처럼 그렇게 그 이별 위에 새로운 사랑이 자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잊혀지곤 했는데 이번 경우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괴롭기는커녕 그런 느낌을 즐기고 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나날을 지내고 있다.

그렇다고 한 사람에 집착해서 온 정신을 놓아버리는 스토커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정도의 이성의 끈은 야무지게 붙잡을 줄 아는 나는 꽤 이성적인 사람이니까.


그녀 'S'에 대한 소식은 다행스럽게도 매우 긍정적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헤어진 지도 꽤 오래되었고 당연하게도 그녀는 새로운 좋은 사람과 다시 사랑에 빠진 듯하다.

누구나 좋아했고 누구에게나 사랑받았던 그녀가 나에게 왔던 건 생각해 보면 정말로 행운이었다. 서양영화에서 자주 보는 노년의 부부 중 한 명이 이제 먼 여행을 가야만 할 때 늘 하는 대사 '당신을 만난 건 정말로 행운이었소.' 그렇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내가 그녀를 만난 건 정말로 행운이었다. 그런 행운이 더 이상 나에게 찾아올 리 없으므로 내 마음은 아직도 그녀를 놓아주지 못하는 겠지.

언제까지 이럴지는 나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그녀가 나의 마음에 무기계약의 문패를 유지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나 역시도 적어도 한참 동안은 그녀를 보내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아름다운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을 새로운 사랑으로 덮어 씌우는 건 당분간은 사절이니까.


  

브런치 스토리 디제이 '반 anti or half 사고실험가'


흠... 한동안 소식이 없더니 이 사람들 결국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네요. 연인 간의 잦은 이별은 또 잦은 재회를 의미하는 거니까 이들 역시 아무렇지도 게 다시 만나겠지. 이별을 걱정했던 지인들이 머쓱해지도록 말입니다. 재벌들의 상속세 걱정, 연예인들의 먹고사는 걱정은 하는 게 아니듯이 연인들의 사랑싸움 걱정 역시 하는 게 아닌데 이들은 달랐군요.


와, 근데 저런 사람도 있군요. 얼마나 좋았으면 얼마나 사랑했으면 이젠 어느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니... 제 경험상 이별 후 삼 개월만 지나면 과거와 충분히 초연해질 수 있는 시간인데 말이죠. 얘기를 들어보면 뭐 괴로워하거나 힘들어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저 그녀를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한 것 같네요. 그녀를 마음 한편에 두고 늘 같이 있는 것처럼 느끼고 싶은 것 같아 보입니다.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바라보는 우리가 안쓰러울 뿐이네요.


여기에 딱 어울리는 노래 하나가 있습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해 놓았던 것 같네요. 헤어진 연인을 생각하며 우리의 사랑이 서로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길 바라는 그런 내용의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노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한참 된 영화죠. 손예진, 조승우 주연의 '클래식'의 OST '에게 난 나에게 '입니다. 워낙 유명한 포크그룹 '자전거 탄 풍경'의 대표곡이면서 영화 '클래식에 삽입되면서 더욱 유명해진 그 노래입니다.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 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나에게 넌 초록의 슬픈 노래로

 작은 가슴속에 이렇게 남아

반짝이던 너의 예쁜 눈망울에

수많은 별이 되어 영원토록 빛나고 싶어


그렇습니다. 그리도 푸르렀던 소중했던 우리의 날들이 이제는 우리에게 해질녘 노을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야 할 겁니다. 얼마나 사랑했는데요.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데요. 어떤 말로도 다하지 못할 사연으로 헤어졌더라도 그때의 우리의 뜨거웠던 사랑은 그림처럼 남아야 합니다.


저는 그래서  '나'의 저런 모습을 지지합니다. 마음 한 켠에 그녀를 놓아두고 그들의 소중했던 날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빚어내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되돌아보고 한없이 그리워하고 더없이 흐느끼면서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진주를 만들어내겠죠...


자전거 탄 풍경이 부릅니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이미지

https://pixabay.com/photos/text-letter-old-letters-retro-4095909/

동영상

https://youtu.be/5ysdHjaeGGU?si=f89EoCE-MDmeM_wE








  


이전 08화 어땠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