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로 이 글을 시작해야 할지 또 어줍잖은 글을 지금까지 어떻게 어떻게 끌고 와서 비로소 막을 내리게 됐는데 무슨 이야기로 아름답게 포장을 해서 예쁘게 묶어야 할지 일주일 내내 생각해도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일단 연재라는 특별한 방식을 처음으로 해봤다. 글이란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가 막 넘쳐오를 때 비로소 펜을 들어야 하고 또한 그래야만 좋은 글이 나오게 된다고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어떻게 보면 의무적인 글쓰기(정기적 연재)가 과연 내가 가능할까(물론 글쓰기란 마감이 닥치면 더 좋은 글이 튀어나온다라는 건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만) 염려스러웠던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연재방식의 글쓰기를 하는 내가 그나마 어렵지 않게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내가 좋아했던 노래를 독자들께 소개까지는 뭣하고 '이런 노래 어때요? 내가 좋아하는 건데...' 뭐 이런 의미로 글에 노래를 붙였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지만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은 없으니 노래에 대한 분석이나 장르에 대한 평가는 불가능했고, 단지 오래된 그녀에 대한 나의 추억을 '빛나는 별'로 '내 방에 남은 향기'로 은유된 노랫말을 빌려온 것이었다.
이 몇 가지 표현장치를 통해 나의 추억을 한 번은 되돌아보고 또한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또한 그 깊이가 깊거나 얕을지언정 아직은 절대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나만의 비밀스러운 옛사랑의 기억을 떠올릴수 있는 달달한 시간이 되었으면 했다.
익명의 온라인 공간, 필명도 일반적인 이름 석자가 아닌 괴상해 보이는 한영 복합체, 프로필 사진도 나도 누군지 모르는 무료로 담을 수 있었던 웬 어린 남자아이의 얼굴. 철저한 익명의 온실 안에서 최초로 나만의 기억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시간이었다. 아니 어떻게 아직도 그리 생생하도록 추억할 수 있는가라고 눈을 세모로 뜨고 째려보기보다는 나도 그런 시간이 있었는데 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주길 바랐다.
연재의 중간에 불가피한 시점의 변화가 있었는데 처음에 일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쓰다가 중간쯤 지나다 보니 주인공 '나'가 글에(추억에) 파묻혀서 허우적거리는 느낌이 들어 긴급 투입된 캐릭터 '브런치 스토리 공식 디제이 반 anti or half 사고실험가'를 통해 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이야기를 좀 가볍게 이끌어나가는 시도를 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지난 이야기를 읊조리는 것일 뿐인데 귀한 시간 내서 읽어주는 독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좀 더 재미있고 가볍게 쓰고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이어나가려고 했음을 고백한다.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나의 추억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셔야 했던 독자님들의 따뜻한 반응에 깊이 감사를 드리며 또다시 이렇게 음악을 소개하는 브런치북을 만든다면 좀 더 재미있고 좀 더 파격적인 음악과 노래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다.
※ 김동률의 '기적'처럼 내 마음에 영원히 남겨질 그 인연, 이런 기회로 다시 한번 그 인연을 되새긴 이 시간, 나와 독자님들이 이렇게 브런치 글로써 만나고 소통하는 게 작은 '기적'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