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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맹샘 Oct 30. 2022

내 것을 나눌 수 있는 사회인

자료는 숨겨야 하는 보물이 아니야

  선생님은 공유하는 게 정말 중요하단다. 가르치는 일은 언제 어디에서 아이디어가 나올지 몰라. 그래서 항상 같이 모여서 고민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정말 필요해.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길거리를 가다가 나뭇잎을 보고 아이들과 같이 할 것들이 생각나고, 마트에 가서 물건을 보다 수업에 적용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기도 한단다. 이 공유의 과정이 너와 아이들, 옆의 선생님까지 자라나게 해. 그런데 의외로 수업자료를 숨겨야 할 보물로 생각하고 꽁꽁 숨겨두는 사회인들이 많다.


  너도 알다시피 교무부장님은 학교에서 아주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 입학식부터 졸업식, 체육대회까지 어느 하나 거치지 않는 곳이 없어. 그러니 자료가 얼마나 많겠지. 자료를 월별로 잘 정리해서 다음 타자에게 넘겨주는 것이 교무부장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지. 그런데 어느 2월 학교가 난리가 났어. 바로 이전 교무부장님이 자신의 자료를 몽땅 지우고 가버린 거야. 다음 부장님은 지역을 옮겨서 온 부장님이고 교무부장도 처음이어서 아주 난감한 상황이었지. 학교에 학사 자료나 관련된 자료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자료가 자신의 것이라고 지운 거야. 그때는 지금처럼 업무관리시스템도 없는 때라 파일이 든 외장하드를 넘겨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었는데 본인이 다 한 거라고 지우고 가버린 거지. 그 한 해 동안 새로 온 부장님은 엄청 고생을 하셨어. 물론 학교 일 추진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지. 

 

  또 어떤 선생님은 학년 교육과정을 잘 짜서 1년을 잘 운영했어. 물론 동학년 선생님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그 학년 교육과정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해고 다음 해 동학년에게 넘겨주지 않았어. 모두들 너무 안타까워했지. 아이들에게 더없는 재산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없이 귀한 자료일 텐데 말이야. 그리고 대부분의 학교일은 혼자서 만들어내는 건 없단다. 그런데 그걸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지 않는다는 건 조금 문제가 있지 않겠어? 물론 다음 해에 오시는 선생님이 내 자료가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어. 그런데 자료가 없는 데에서 추려내는 것과 자료가 아예 없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단다.


  특히 초등학교는 매년 맡는 학년이 달라지고, 과목이 달라지기 때문에 공유가 참 중요해.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가 내 아이디어가 돼서 더 멋지게 되기도 하고, 내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에게 가서 더 멋진 아이디어로 바뀌기도 하지. 그런데 만약 내가 내 것만 움켜쥐려고 한다면 이 세상에 발전이 없을 거야. 특히 교사는 더 아이들한테는 나누어라 같이 써라라고 얘기하면서 자신의 것을 더 움켜쥐기만 한다면 아이들은 점점 살아갈 힘을 잃지 않을까? 


  너무 좋은 걸 만들어 두어도 그 사람이 떠나면 쉽게 없어지는 문화가 참 안타까워. 그 사람이 다른 학교로 가도 그 시스템과 문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단다. 물론 처음에 나누어주는 게 나에게 손해가 되는 거 같이 느껴지기도 해. 저작권을 소중히 하는 지금의 문화에서도 그렇고.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보면 그건 너의 발전이 된다.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가 첨가되면 훨씬 풍선 한 활동들이 가능해 지거든.

 

  너도 고등학교나 이럴 때 다른 친구들을 가르치면서 네가 더 성장한 경험이 있었을 거야. 그거랑 똑같아. 수업에 있어서 더 많은 수업을 움켜쥔다고 해서 그것이 너의 것이 되고 너만의 것이 되는 건 아니야. 우리 모두가 같이 고민할 때 좀 더 좋은 자료가 나올 수 있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이 가능하니까 무엇이든 나누렴.  다른 사람의 수업도 잘 살펴봐. 그리고 그 아이디어들을 잘 모았다가 내 수업에 새로운 방식으로 적용을 시켜볼 수도 있지.


  그러니 동학년 선생님들끼리 모이는 건 아주 아주 중요해. 쓸데없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 게 아니라 수업에 새로운 방향이 나올 수 있단다. 내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동학년 선생님께 같이 이야기해보고, 또 동학년 선생님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 수업에도 적용을 해보고 말이야.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할 수 있는 거야.


  네가 학교에 와서 그렇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선생님은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거든. 내가 나누어주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도 나누어주기 시작해. 각 선생님의 노하우는 정말 엄청나단다. 각각의 색깔이 다른만큼 정말 각양각색의 자료들이 나와. 그러니 나누고 또 나누렴. 그게 너에게 엄청난 자산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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