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입장이 되어보기
하루는 선생님이 장구를 신나게 치는데 아이들 손이 영 이상하더라. 아이들은 나를 거울로 생각해. 그래서 나랑 반대로 하고 있는 거였어. 처음엔 그게 안보였지. 아이들 앞에 서는 것도 떨렸으니까. 그런데 그게 진짜 중요하더라. 교사에게 왼손은 정말 중요해. 아이들이 보기에는 오른손이거든. 학생일 때는 보이지 않는 것이 교사가 되면 보여. 사실 내가 보인다기보다는 아이들이 나를 보게 해 줘.
아이들 앞에 서는 건 항상 용기가 필요하단다. 아이들이 겪는 시간은 딱 그 순간뿐이야. 내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내가 가르치는 게 아이에게는 평생의 기억으로 남지. 선생님은 아직도 3학년 때 돋보기로 종이를 태우던 그날의 냄새가 기억나. 해가 엄청 뜨거웠고 아이들은 저마다 흩어져서 돋보기를 들고 다녔지. 그 속에서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탄내가 난다며 소리쳤어. 물론 그 실험은 위험하다고 없어졌지만 말이야. 또 5학년 때는 운동장 한편에서 화산 실험을 했던 적도 있었어. 부글부글 끓어 넘치던 그 모습과 그 매퀘한 냄새가 아직도 기억나. 교사는 그런 거란다. 아이들의 순간순간 기억을 만들어주는 거야. 그리고 그 순간이 아이들의 배움과 연결이 되지.
아이들 앞에 서서 아이들과 반대 손으로 장구를 치는 것도 그런 것이지. 아이들이 체조를 할 때도 난 당연히 반대로 연습해야 해. 교사의 세계는 거꾸로 존재해야 한단다. 그래야 아이들이 바로 자랄 수 있는 거야. 아이들이 바르게 배우게 하기 위해서 교사는 거꾸로 되어야 한다는 게 좀 우습지? 매번 왼손으로도 연주하고 있는 나를 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 물론 선생님도 아직도 깜박 잊고 오른손으로 신나게 연주할 때도 있지. 그러다 아이들의 눈이 흔들리는 게 보이면 얼른 손을 바꾼단다.
선생님이 손을 바꾸면 아이들이 슬쩍 미소 지으며 신나게 연주해. 그 짧게 스치는 아이의 안도의 한숨이 다시 선생님이 반대로 연주하게 하지. 아이들을 바르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선생님은 거꾸로 가르쳐야 해.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는 눈을 가질 때 선생님은 제대로 수업을 하는 거야. 아무리 화려한 기교와 수업 도구를 가지고 수업을 해도 결국은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단다.
선생님을 하면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건 이 세상 누구를 데려다 놓아도 나보다 우리 반 아이들을 잘 가르치지는 못할 거라는 점이야. 선생님을 하며 그래. 가장 자부심을 느낄 때는 그런 때야. 아이들과 호흡이 착착 맞아 들어가는 그 짜릿한 순간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나에게 몰입하는 그 순간 때문에 교사를 계속할 수 있는 거란다. 그 순간은 내가 아이들 앞에 서서 아이들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 와. 아마 지금은 잘 감이 오지 않아도 나중에 서보면 알 거야.
그래서 선생님은 머리뿐 아니라 몸도 잘 써야 해.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보일 지를 항상 생각해야 하거든. 저학년 아이들은 반짝거리는 걸 좋아하니까 머리핀도 반짝거리는 것도 하고, 옷도 밝게 입어야 좋아해. 고학년 아이들은 그런 걸 하면 유치하다고 생각하니 단정한 정장 차림을 좋아하고 말이야. 너의 옷에 따라 몸가짐이나 마음가짐도 달라져. 그래서 선생님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이들 앞에 항상 정장 차림으로 수업을 한단다. 물론 저학년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는 아이들이 나를 봐줄 만한 예쁜 소품 무언가를 하고 말이야. 그건 외모에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거야.
아이들은 정말 하나하나 귀한 보물이란다. 그 아이들 중에서 어떤 아이는 너처럼 멋진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다른 사람을 진료하는 의사가 되기도 하지. 또 어떤 아이는 응급구조사가 되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 아이들을 바르게 키워내는 것이 바로 선생님이야. 얼마나 귀중한 일이니. 교육은 지금 당장은 변화가 보이지 않아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뒤돌아보면 그 효과가 나타난다.
선생님이 몇 년 전 가르친 6학년 남자아이는 아주 말썽꾸러기로 유명했어. 선생님이 맡았다고 했을 때 다른 모든 선생님들이 걱정할 정도로 말이야. 다른 빌라 담장을 넘어서 CCTV에 찍히기도 했고, 5학년 아이랑 싸우기도 하고, 선생님한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말이야. 근데 그 아이는 엄청난 의리와 정의감이 넘치는 아이였어. 그 아이가 했던 모든 일들은 그 아이가 믿는 정의감에 의해서 한 행동이었지. 선생님이 그 점을 집어주니 그 남자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렸어. 누구도 그런 점을 봐주지 않은 거지. 그냥 행동의 잘못만 이야기했던 거야. 그 정의감으로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응급구조사'라는 직업도 있다고 소개해주었지. 그 뒤부터 그 아이의 꿈은 '응급구조사'가 되었어.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선생님이 잘 어울린다고 해서요.'라며 배시시 웃었지.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봐주면 아이들은 움직인단다. 동작을 거꾸로 해보는 것부터가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거야. 선생님은 아이들이 집에 가면 가장 수업을 안 듣던 아이의 자리에 가서 앉아봐. 사실 힘들어서 지쳐서 앉아보는 거기도 하지. 그런데 그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칠판을 보고 있으면 내가 그 아이가 되는 거 같아. 오늘 내가 한 수업이 힘들었겠구나. 나름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잘 안되었구나. 내일은 내가 그 점을 봐줘야지. 이렇게 생각이 드는 거야.
아이와 반대로 생각해 보는 선생님이 되어보렴. 너를 힘들게 하는 아이를 만나보면 꼭 그렇게 해보렴. 그 안에 답이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