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맹샘 Oct 30. 2022

무조건적인 칭찬은 하지 않는 선생님

사랑은 칭찬이 아니야

  초보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무조건적인 칭찬을 하는 거야. 무조건적인 칭찬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아. 아이들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해야 하는데 처음 선생님이 돼서는 칭찬에 어색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칭찬을 하기도 하지. 초보 선생님들이 가장 실수하는 경우가 '너 참 예쁘다', '너 참 잘한다' 이런 칭찬을 하는 거야. 사실 선생님도 지금도 가끔 그런 칭찬을 하기도 해.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잘한다는 칭찬보다는 열심히 했다는 칭찬이 그 아이를 더 성장시킨단다. 
 

  사실 선생님의 말은 아이들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찰나의 순간이 아이들의 뇌리에 박힌단다. 아주 좋은 칭찬의 말도 그렇고, 너는 사소하게 던진 말도 아이에게는 상처로 박힐 수도 있어. 너는 칭찬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아이에게는 아닐 수도 있거든. 그래서 매사 신중하게 이야기해야 해. 초보 선생님들이 가장 난감한 적이 자신도 모르게 친구들과 쓰는 말들이 튀어나오는 거야. 비속어나 줄임말 같은 거 말이지. 아이들은 처음에는 선생님이 자신과 똑같다고 좋아할지 몰라도, 그 순간 마음의 불편함도 느껴. 선생님은 선생님의 위치에 있어야 하는 거야.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는 잘하는 것보다는 열심히 하는 것을 칭찬해 줘야 해. 선생님이 발령받고 나서 아이들에게 너무도 주고 싶은 마음에 칭찬 스티커 제도를 실시했어. 알림장 검사받으면 스티커 하나, 숙제 잘하면 스티커 하나 이렇게 해서 10개를 모으면 선물을 주는 거야. 지우개나 연필 같은 아주 작은 선물이었지. 그런데 한 달이 지나자 아주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더라. 아이들이 알림장을 엄청 급하게 써서 가지고 오는 거야. 숙제도 점점 성의 없이 써오기 시작했지. 왜냐면 선생님이 실시한 스티커 제도는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중요했던 제도였기 때문이야. 빠르게 후딱 해치워서 일단 하기만 하면 칭찬 스티커를 받을 수 있잖아. 그러니 열심히 하려고 애쓰지 않는 거지. 


  그 후 EBS에서 '칭찬의 역효과'라는 다큐멘터리가 나오는 걸 봤는데 세상에 우리 교실인 거야. 거기에서는 책을 읽으면 스티커를 하나씩 주기로 했어. 그랬더니 아이들이 그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가서 그림책을 가지고 오고 후다닥 그림책을 대충 보고 다시 가져다 놓더라. 그렇게 몇 번씩 반복하고 스티커를 받으며 기뻐했어. 선생님이 그걸 보니 등줄기에서 땀이 한줄기 흘러나왔어. 그게 선생님 교실이었거든. 그때 알았지. 칭찬의 역효과가 있구나. 결과가 아닌 과정을 칭찬해야 아이들이 올라가는구나. 


  그래서 아이들의 과정을 칭찬하려고 많이 연습했단다. 컴퓨터에 아이들의 과정을 칭찬할 수 있는 말을 주욱 적어두고 하루에 한 가지라도 모든 아이들을 칭찬하려고 했어. 수업 중간중간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열심히 색칠하는 것도 칭찬해 주고, 쉬는 시간에 열심히 노는 것도 칭찬해 주고 말이야. 스티커를 모을 때보다 아이들의 훨씬 편안하고 행복해했단다. 아이들이 편안하고 행복하면 다툼이 줄어들어. 경쟁하지 않는 교실을 만들면 아이들이 행복하다. 스티커가 없으니 아이들이 경쟁하지 않고, 아이들이 행복해지더라. 물론 과정을 칭찬하는 학급 시스템을 잘 운영하는 선생님들도 계셔. 그런데 선생님은 그런 시스템보다는 아이들의 눈을 보고 하는 칭찬이 더 좋아서 그렇게 하는 거야. 네가 과정을 칭찬하는 학급 시스템을 운영해 보고 싶다면 그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단다.


  그리고 아이가 잘못했을 때 '네가 이렇게 했지만 이런 점은 잘했어'라는 할 필요가 없어. 그건 칭찬도 교정도 아니야. 아이가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이야기를 해줘야지만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단다. 그리고 아이들이 한 번에 잘못을 고칠 거라고 기대를 하면 절대 안 돼. 너도 알다시피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잖아.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그걸 말한다고 해서 바로 고쳐질 거라 기대를 하면 안 된단다. 교육은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아주 장기적인 거야. 아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해. 달래기도 하고 혼내기도 하고 얼르기도 하고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그 아이가 성장하는 거란다. 때로는 너의 생각과 달리 그 아이가 바뀌지 않을 수 있어. 그래도 네가 심은 그 따뜻한 말은 아이가 언젠가 힘든 일을 겪을 때 꺼내볼 수 있는 달콤한 보물이 되어 있을 거라고 믿으렴.

 
  대학교에 가서도 많은 사람들을 겪었겠지만 네가 앞으로 만날 아이들은 더 많아. 너와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기도 할 거야. 그때도 아이들의 과정을 칭찬하고 기다려주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렴. 천천히 성장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이전 03화 아이와 반대로 하는 선생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