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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맹샘 Oct 30. 2022

좋은 선배에게 많이 배우는 사회인

어려운 것에서 배운다.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제일 젊은 사람에게 과중한 업무가 주어질 때가 많다는 거야. 그래서 좋은 선배 옆에서 무조건 배워야 해. 좋은 선배는 절대 제일 젊은 사람에게 제일 과중한 업무를 주지 않아. 그 태도와 일처리 능력을 배울 필요가 있어. 어깨너머의 교육은 정말 무섭다. 사람은 가장 가까이 지내는 사람과 생각이나 분위기가 비슷해질 수밖에 없어. 학교를 찬찬히 돌아봐. 거기에 네가 보기에도 좋은 선배가 있을 거야. 능력과 성품 모두 좋은 사람 말이야. 그런 사람 옆에서 무조건 배워. 


  내가 첫 발령 났을 때 퇴직을 2년 앞둔 부장님이 내 좋은 선배였어. 나이 차이는 엄청나게 나고, 교장 승진을 준비하지 않으셨지만 매일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교양인이야. 교장을 양보한 사람." 그 미소가 정말 교장을 양보하신 분의 느낌이 폴폴 났지. 그 분과는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 나이 차이가 40살 가까이 나지만 지금도 누구보다 좋은 친구야. 기쁜 일이 있으면 같이 기뻐하고, 슬픈 일이 생기면 같이 눈물을 흘리지. 그분이 좋은 선배였던 건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따뜻했고, 선생님들께 따뜻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절대 본인의 일을 젊다는 이유로 떠넘기지 않으셨어. PPT 만드는 일이 필요하면 기술적인 부분만 내게 요청하시고 옆에서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은지 하나하나 말씀해 주셨단다. 물론 일을 마치면 폭풍 칭찬도 있지 않으셨지.


  따뜻한 사람 옆에는 항상 그 온기가 머문단다. 그분 학급에 들어가면 나팔꽃이 풍성하게 창가 가득 메우고 있었어. 항상 수업이 끝나면 우리 교실에 들러 힘든 일은 없었는지 물어보시곤 했지. 내가 후배를 봐줘야 할 위치에 오니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새삼 느껴져. 누군가를 매일 쳐다봐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도 아이들 숙제랑 일기 매일 봐주기 힘들잖아. 근데 그 선배님은 항상 나를 매일 쳐다봐준 거야. 그러니 얼마나 따뜻했겠니.


  선생님도 사실 첫해에는 교사가 되자마자 너무 그만두고 싶었어. 속이 안 좋아서 토한 아이의 뒤처리를 하며 구역질 나는 것도 참고, 치우며 정말 머리가 멍해지더라. 아이 앞이라 내색은 못했지만 정말 이게 내가 말한 교사가 맞나 싶어서. 내 말을 듣지 않는 아이와 기싸움이라도 하는 날에는 온몸에 힘이 빠져 꼼짝 할 수도 없었어. 아이들이 가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지. 그리고 또 생각했어. 이게 내가 생각한 교사가 맞나. 보름쯤 지났을까. 진짜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 와서 처음으로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나 선생님 못하겠어. 그만할까 봐."


  엄마는 한 달만 채우자고 하셨고, 조용히 간식을 싸서 다음날 내 손에 쥐어주시더라. 그래서 다음날 그 간식을 선배님과 나누어먹으려고 출근했지. 그런데 너무 신기하게도 선배님한테 그 속상한 마음을 이야기하니 온 마음이 간식처럼 달콤해지더라. 방울토마토였는데 그게 그렇게 달수가 없었다. 선생님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데에는 그런 힘이 있더라. 아이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니 여러 가지 방법을 알려주셨어. 단호하게 말하기, 때로는 무시하기, 때로는 따뜻하게 하기처럼 말이야. 그리고 다음날 그대로 했더니 정말 잘 먹히더라.


  그리고 수업이 버거울 때는 자신의 수업에 들어와서 보라고 활짝 문을 열어주셨어. 그럼 또 쫄래쫄래 가서 수업을 보며 한참 감탄을 했지. 그런 사람이 학교에 꼭 있다. 똘아이 보존의 법칙만 있는 게 아니라 훌륭한 선배 보존의 법칙도 있어. 그런 사람은 진짜 어느 학교에나 꼭 있다. 그런 선배 옆에 찰싹 붙어서 배워. 싹싹하게 물어봐. 


그런 훌륭한 선배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뭔지 아니?


"요즘 애들은 무슨 말을 못 하겠어. 싫어하고 꼰대라고 할까 봐."


  그런 분들한테 물어보면 얼마나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는지 몰라. 그 지혜가 선생님을 이만큼 크게 만들었다. 네가 보기에 정말 아니다 싶은 분도 있긴 할 거야. 그럼 또 마음속에 새겨. 저 선생님의 저런 점은 좀 아니다. 배우지 말아야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말이야. 선생님을 키우는 것은 선배교사야. 선배교사를 잘 봐.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교감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을 너무 어려워해. 그런데 그분들은 누구보다 지혜와 혜안을 가지고 있어. 물어보면 가장 잘 대답해 주실 분들이야. 항상 열린 마음과 배우는 자세로 묻고 또 물어. 5년 차만 넘어가도 물어보는 게 뻘쭘해진다. 근데 사실 선생님은 지금도 묻고 또 물어. 젊은 선생님한테도 묻고, 나이 든 선생님한테도 묻고. 물으면 대부분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알려주신다. 나 혼자 머리 싸매서 안될 일도 말만 한마디 꺼내면 의외로 쉽게 해결된단다.


  그러니 내가 실수했다 싶거나 힘들면 그 실수나 힘듦을 덮지 말고 빨리 말해. 그럼 쉽게 해결된단다. 끙끙거리면서 가지고 있으면 이도 저도 안돼. 아이들이랑도 마찬가지야. 내가 실수를 했다고 아이들 앞에서 감추려고 하지 마. 아이들은 우리보다 더 잘 알아. 그런 태도를 아이들이 배우고, 선생님의 어른답지 못함을 바로 알아챈다. 아이들한테도 실수했다 싶으면 바로 사과해. 아이들도 잘못한 것에 바로 사과하는 선생님을 보며 알게 모르게 자신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게 된단다. 


  그러니 무조건 배워. 배우고 또 배워. 묻고 또 물어. 그게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첫걸음이야. 그래야 아이들도 그걸 보고 배운다. 그리고 그게 너의 미래에도 엄청나게 많은 도움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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