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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하람 Feb 12. 2024

세상의 소리 차단하기

겨우 이어폰 하나



“지금 무슨 노래 들어요?”

한때 유행했던 인터뷰 콘텐츠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무슨 노래를 듣는지 물어보고 그 순간에 듣고 있던 음악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인기차트에 있는 노래들이 많을 것 같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노래를 듣는다. 댓글을 보면 알려지지 않은 그 노래를 나 말고 듣는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에 반가워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아는 노래에 반가워하는 댓글

이런 영상이 인기가 많은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나와 같은 일반인을 다루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영상을 보다 보면 영상에 등장하는 자신을 상상해 보게 된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봤다. 문제가 있다. 내 이어폰에서는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음악은커녕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고장 나서가 아니다. 아무 노래도 재생하지 않은 채로 착용만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나에게 “지금 무슨 노래 들어요?”라고 하면 “저 아무것도 안 듣고 있어요.”라고 대답할 텐데 그러면 시청자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의외로 나 말고도 그냥 꽂고 다니는 사람들이 등장하지는 않을까?

  “왜 아무 노래도 안 듣고 있어요?”라고 물어본다면 그저 세상의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서 이어폰을 착용할 뿐이다. 귀가 민감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궁금하지 않고, 주변의 소리가 거슬린다. 책을 보거나 작업할 때는 특히 더 그렇다. 그럴 때 이어폰을 꽂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작동하면 세상의 소리가 먹먹해지면서 오롯이 나의 세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가끔 너무 시끄러울 때는 ‘하얀 소리’라는 어플을 켜서 빗소리를 재생하기도 한다. 나의 이어폰은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 주는 매개체가 아니라 나의 세계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세계로부터 분리해 주는 ‘부도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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