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물통 하나
헬스장 필수품 중 제일은 물통이다. 벨트니 스트랩이니 하는 도구들 보다 훨씬 중요하다. 예전에 어떤 헬스 트레이너도 근육은 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물을 마셔줘야 한다고 했다. 운동은 스트랩 없이도 할 수 있지만 물 없이는 할 수 없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물 없이 운동할 수 없다손 치더라도 물통 없이는 할 수 있지 않는가. 헬스장에는 정수기와 종이 봉투컵이 구비되어 있는데 그까짓 물통이 그렇게까지 중요할까. 물통은 결국 물이 들어있어야 비로소 그 가치가 인정받는 존재라면 물이 들어있지 않은, 비어있는 물통은 가치가 없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가치가 없는 빈 물통을 왜 가지고 다닐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빈 물통에도 가치가 있다. 물은 담겨 있지 않지만 빈 물통에는 가능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비어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물을 채워 넣을 수 있다. 비어있기 때문에 물뿐만이 아니라 내가 채우고 싶은 더 좋은 것들로 채울 수도 있다.
물통은 아이들과 같다. 지금 당장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고, 아는 지식이 많지 않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지평을 넓혀갈 기회가 많다. 그 가능성을 보기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을 ‘미래’에 비유한다. 그리고 미래 가능성이 보인다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비어있는 모든 존재로부터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물통을 보면서 나를 비춰본다. 지금은 볼품없어 보이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물통에 물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채워나갈 것들을 생각한다면 스스로의 가치를 낮추기 힘들다. 나는 아직 비어있는 물통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좋은 것들로 채워나갈 수 있다. 다 채워지면 새로 나온 빈 물통들의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