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을 좋아한다. 카페에 가면 주로 초코나 오레오가 들어간 프라푸치노를 시키고, 케이크도 초코범벅인 게 좋고, 우유도 초콜릿우유가 제일 좋다. 초콜릿의 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감촉을 좋아한다. 과일이 1%도 들어 있지 않은 과일 맛 사탕이나 젤리의 인위적인 맛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귀여운 곰돌이 모양을 한 젤리는 식감이 생각보다 단단하다. 그럼에도 인기가 많은 비결은 붕어빵의 비결과 분명 같을 것이다.
한국사 수업 쉬는 시간이었다. 쉬는 시간이 되면 남자아이들은 각자 핸드폰 게임을 하고, 여자 아이들은 함께 돌아다니면서 떠들거나 간식거리를 먹는다. 그날도 여자아이들은 편의점에서 사 왔던 젤리를 꺼내서 나눠먹기 시작했다. 젤리가 그렇게 맛있나 싶으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내가 사준 것도 아닌데도 괜히 흐뭇해진다. 그런데 갑자기 여학생 무리들 중 한 명이 쪼르르 오더니 나에게도 새 젤리 한 봉지를 주었다. 나는 안 줘도 괜찮으니까 너희들 먹으라고 했지만 선생님이 좋아서 선생님 것도 따로 샀다고 하는 말에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젤리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너무 예뻐서 기분이 좋았고, 기분이 좋았지만 부끄러워서 그 자리에서 바로 먹지는 않았다.
집에 와서 젤리를 먹어봤는데 기대보다 맛있었다. 하리보 젤리의 딱딱한 식감이 아니라 기분 좋게 말랑한 식감이었고, 젤리마다 안에 리치 알맹이가 들어 있어서 먹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생각보다 맛있네.’ 젤리를 먹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다양한 젤리 중에 식감이 딱딱한 젤리를 안 좋아할 뿐이지 모든 젤리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젤리를 몇 종류 먹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50여 개의 나라로 이루어진 아프리카 대륙을 보고 “아프리카는 비가 많이 오는 곳이야!”라고 뭉뚱그려서 말하는 것과 같다. 여전히 젤리를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때 그 학생이 주었던 ‘리찌 알맹이’라면 그날의 기억과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