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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하람 Feb 02. 2024

젓가락 행진곡

겨우 나무젓가락 하나



손에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추운 겨울. 일용직 노동이 끝나고 근처에서 밥 먹을 만한 곳을 찾는다. 하필 그날따라 일이 늦게 끝나서 갈만한 식당이 안 보인다. 겨우 찾아간 백반 집은 밥이 떨어졌다며 마감을 준비하고 있었고, 바로 옆의 횟집은 혼자 먹기에 가격이 너무 비싸다. 근처 컵밥집이 늦게까지 영업한다고 해서 가봤다. 불은 켜져 있지만 문은 잠겨 있다. 주변에는 신축 아파트 단지와 가시만 앙상한 가로수들만 있고 밥 먹을 데는 없다. 도대체가 여기 사는 사람들은 외식을 안 하는 건가. 아파트 사시는 분들이야 어련히 알아서 드시겠지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 당장 먹을 저녁 걱정이나 해야 한다. 근처에 편의점이 보여서 들어간다. 삼각김밥 하나, 컵라면 하나를 짚는다. 정확히 3천 원이 나왔다. 3천 원으로 끼니를 해결하다니 나 같은 사람도 굶어 죽으란 법은 없나 보다.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면서 나무젓가락을 쳐다본다. 나무젓가락을 보며 연민을 느낀다. 너도 밖에 서있는 가로수들처럼 멋지게 자라고 싶었을까. 아니면 장롱이나 침대처럼 멋진 가구로 거듭나고 싶었을까.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무젓가락이 되고 싶었을 것 같진 않다. 마치 내가 일용직 노동을 꿈꾸지는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 뜨거운 물에 들어가 반신이 염색되고, 이름 모를 일용직 노동자의 세치 혀에 농락되다가 10분 만에 효용 가치가 떨어져서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고 싶었을 리가 없다. 그런 젓가락을 보며 나는 그보단 낫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어리석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가 없는 삶을 누가 이해하겠는가. 마침 옆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둘이서 컵라면을 먹으러 왔다.

“뚝!”

“아, 젓가락 봐봐. 이렇게 뜯어졌어!”

보니까 젓가락이 정확히 반으로 잘리지 않아 끄트머리가 한쪽으로 넘어갔다.

“그냥 버리고 새 거 달라고 해!”

세상에 나온 그 젓가락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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