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하람 Jan 29. 2024

난로 중독

겨우 난로 하나


  이 이야기는 너무 큰 욕심으로 인한 과유불급에 관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거북이에게 승리한 줄 알고 방심하다 패배한 토끼의 이야기이다.


  이렇게까지 추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추운 겨울날.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한 곳에 몰려 있다. 아이들이 몰려 있는 곳 한가운데에는 전기난로가 있다. 나도 그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전기난로는 따뜻한 매력 하나만으로도 나를 포함한 아이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너무 가까이 닿으뜨거워지는 난로 앞에서 우리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배운다. 더 따뜻해지고 싶은 욕심에 손을 가까이 대면 난로는 뜨거운 경고를 준다. “앗, 뜨거워!”하고 손을 떼고 나면 다시는 욕심부릴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불굴의 한국인이었고,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이었다. 외투를 입은 채로 난로에 가까이 밀착하면 뜨겁지도 않을뿐더러 난로가 데워놓은 옷을 만지면 적절하게 뜨거운 느낌이 기분 좋아지게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의 승리라고 생각했다. 뜨겁게 데워진 폴리에스테르의 온기를 즐기면서 승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적절한 온기에 만족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더 욕심을 부렸다. 난로에 더 가까이 붙은 채로 더 오래 버티면 더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열기는 요즘도 아주 추우면 생각날 정도로 중독성 있는 뜨거움이었다. 나는 폴리에스테르를 달구고, 달궈진 옷을 움켜쥐면서 좋아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더 큰 쾌락을 즐기기 위해 점점 더 가까이 붙고, 점점 더 오래 버티면서 외투를 불고문하기를 반복했다. "으악!" 폴리에스테르가 녹아버린 건 한 순간이었다. 으악 소리와 함께 난로에서 팔을 떼었다. 확인해 보니 내 옷은 구멍을 중심으로 그을음이 져있었고, 그날 나는 집에 가서 혼날까 봐 하루종일 조마조마했다. 결국 나의 패배였다. 내 욕심에 휘말려 난로에게 당해버리고 만 것이다.






이전 09화 붕어빵의 본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