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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이경 May 17. 2024

나는 원조 "고딩엄빠"다.(1)

#01.

텔레비전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채널을 돌리다 보면,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이 보인다. 제목으로 보면 아마도 고등학교 때 부모가 된 사람들에 대해서 나오는 게 아닐까 짐작한다. 집중하고 본 적은 없다. 의식적으로 빨리 건너간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아마도 내가 그런 과거를 갖고 있기에 그럴 게다.


 그렇다. 나는 고등학교 때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엄마라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왔고, 지금까지 살아내고 있다. 그 삶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녹록하지 않다. 마음은 물론, 생활도 힘들었다. 단순하게 힘들었다는 표현으로는 모자라다.


 친구들이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다녀올 동안 나는, 엄마가 되었다. 그 당시 학생으로서 임신을 한다는 것은, 큰일이었고 아주 부끄러운 일이었다. 학교에서 퇴학을 당해야 했고, 모든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감당해야 했다.


“애가 애를 낳았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내가 아무리 어른처럼 보이려고 애를 써도 어른들은 금방 알아보았다. 아줌마처럼 파마를 하고 어른들의 옷을 입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때의 기도는 오로지 얼른 세월이 훌쩍,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임신중독 속에 아이를 낳았다.

그게 임신중독이었다 것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아기를 낳는 과정을 기억하지 못한다.


  임신한 것을 알게 된 것은 생리를 하지 않는지 6개월쯤 지나서였다. 그 정도로 그때는 “성(姓)에 대해 무지했다. 성에 대해 입 밖으로 내는 것 자체가 낯부끄러운 일이었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성교육은 없었다. (딸에게는 ‘남자는 다 늑대다. 남자 가까이하면 안 된다.’와 아들에게는 ‘계집 조심해라. 계집 가까이하면 성공 못한다.’ 정도였다.)      


고딩


학교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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