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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필런 Dec 06. 2018

'꼰대'이지만, '맞는 말'인  불편한 진실

짬밥이 늘어난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

나 비록, 꼰대를 싫어 하지만


벌써 12월이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또 나이를 먹어간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다소 슬픈 일이지만,  그도 그 나름의 의미는 있다.


우리는 종종 선배나 어른들의 조언을 듣는다. 그리고 그 조언들은 상대방을 위한 진심이 담긴 경우도 많다. 하지만 청자에게 있어 거의 대부분의 조언들은 이상하리만큼 공감이 되지 않고, 그저 듣기 싫은 말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그저 '잔소리'라고 평가절하해 버리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의 숫자가 하나씩 늘어나면서 우리는 가끔 그때의 ‘잔소리’를 다시금 떠 올린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했던 말들이 그저 단순한 잔소리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제 아무리 다양한 책이나 영상을 통해 간접경험을 할지라도, 결국에는 그 나이가 되어보고, 직접 경험해보고, 당사자가 되어봐야지만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다소 슬픈 일이지만, 나름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출처 : tvN 드라마 <미생>


그래서 몇 해 전, 새롭게 만든 나의 인생 좌우명은 ‘내가 당장은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어른들 말은 주의 깊게 들어보자’이다. 이와 비슷한 뜻으로 활용되는 ‘박사(博士) 위에 장사(Business)’라는 말도 참 좋아라 한다. 즉, 나이를 먹음으로써 얻게 되는 혜안과 몸으로 부딫치며 겪어온 경험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경험치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진짜 꼰대’들이 넘쳐나기는 하지만, 그 꼰대들도 마찬가지. 제 나름의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연장자가 짱 먹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결혼을 꽤나 일찍 한 편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했기에 여전히 내 주변은 아직도 총각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나는 요행히도 사회생활을 매우 일찍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종종 ‘외모는 동안인데, 뭔가 되게 나이가 많은 듯한 느낌이다’라는 말을 듣는다. 물론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들이 느끼는 이유는 알 것 같다. 나 역시도 나보다 나이가 한참이나 많지만, 아직 미혼인 동료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올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결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라던지, 핑크빛 육아에 대한 로망 등을 이야기할 때 말이다.

결국 나이와 상관없이도 경험치라는 건 굉장히 굉장하고도, 대단히 대단한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열심히 공부해라


다들 학창 시절에 들었을 말, ‘열심히 공부해라’. 당신에게 그 말을 전한 사람이 부모님이건 선생님이건 분명히 당신은 그 말에 반발심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꼰대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종종 ‘공부만큼 가성비 높고, 가능성 있는 것이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세상이 변화하면서 과거에 비해 매우 다양한 가능성과 길이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공부가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의 가능성에 가장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초등학생 아들에게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조언(또는 잔소리)하는 편이다.


설마 나도 벌써 ‘꼰대’가 되어 버린 것일까? 불과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꼰대 같은 소리라고 치부했던 그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또한 자식에게 같은 잔소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내가 비록 공부의 중요성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지만, 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 또 있다. 그것은 바로 세상을 살아보니 ‘공부머리는 타고나는 것 같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을 뿐, 노력을 엄청 게을리하거나 아주 멍청한 학생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 역시도 나이와 경험치가 누적되면서 생겨난 것이다. 그저 피부로 느끼고 주변에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느끼기도 한다.


‘열심히 공부해라?’ 부모님에게도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미안한 일이지만, 내가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 엄청나게 열심히 공부를 한다 치더라도, 드라마틱하게 내 인생이 달라져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누군가가 지겹게 나에게 말했던 '열심히 공부해라'와 같은 지극히 꼰대 같은 그 말은, 시간이 지나 보니 분명 틀리지 않은 말이었다. 허나 결코 틀린 말은 아닌 그 말은, 그렇다고 '불변의 진리'도 아니었다.  



짬밥이 늘어난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


굴러가는 낙엽만 바라보아도 까르르 웃음이 나왔던 학창시절. '공부해라' 라는 잔소리가 싫어 최선을 다해 공부하지는 않았다. 대신 내가 좋아하고 신나하는 것들을 열심히 해왔던 그 시절과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지금의 내 모습이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굳이 지금의 나를 부정하거나, 혹은 아쉽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지금의 나와 가능한 가장 친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다.


물론, 몇 년 뒤에 또 새로운 경험치가 쌓인다면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 씁쓸한 추억 또는 후회를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꼰대 같은 말'이지만 사실 '틀리지 않은 말‘을 하시는 직장의 그분들.


소위 말하는 '꼰대'. 그들을 그저 하나의 시선으로만 불편하게 볼 필요는 없다.

세상은 셀 수도 없이 수많은 복수정답이 있다. 다만, 불변의 진리가 없을 뿐.

그들도 어쩌면 나름의 정답을 이야기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정답은 어떤 누군가에게는 정말 딱 들어맞는 정답이 될 수도 있다.


벌써 12월이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또 한살의 나이를 먹게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직장이라는 굴레에서는 더욱 빠져 나오기 어렵게 된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지...

그럼에도, 그 굴레 속에는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나름의 요한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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