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적정한 삶'이라는 강의를 듣고 너무 재밌어서 강의 내용을 요약해 둔 것입니다. 동명의 책도 있습니다.
- 한국인은 독한 민족이다. 그들의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처음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 중에서 현지에 안주하지 않고 4만 5천 년 동안 동쪽으로 끝까지, 끝까지 걸어온 사람들이다.
- 그렇게 걸어서 도착한 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악지대가 70%를 넘는 곳, 다시 말해 고난이 가득한 곳이었다(문명이 발달하려면 연중 기온차가 20도 이상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감자가 아니라 (농경하기 힘든 상황에서) 쌀을 주식으로 만들어냈다. 한국인의 지능이 높은 것은 수시로 고난을 겪는 바람에 대처하기 위해 발달한 것이다.
- 한국인들은 지능이 높고 부지런하지만 낙천성이 떨어진다. 낙천성은 조금만 가져도 행복한 것, 즉 한국인은 많이 가져야 행복하다.
- 그래서 한국인들은 '열심히 사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갖기 위해서...
- 세계에서 잠이 죄악시되는(게으른 것으로 치부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너 지금 잠이 오냐?"라는 비난의 말은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하면 그 뉘앙스를 잘 살릴 수 없다.
- 아프리카인들은 낙천적이다. 그들의 조상은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 태어난 그 장소에 바로 안주해버렸다. ㅎㅎ. 한국인들이 보기에 아프리카인들은 게을러보이지만, 사실은 낙천적인 것이다.
-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심한 경쟁 속에 살지만, 의외로 청소년 자살율은 1위가 아니다. 0세부터 10세까지 안고 업어서 기르기 때문에 스킨십으로 인한 정서적 안정감이 충만한 상태. 30세 이상부터는 한국이 자살율 1위이다.
- 어릴 때 스킨십의 중요성은 차우세스쿠의 아이들이 잘 보여준다.
- (왼손 기준으로) 검지가 긴 사람은 공감능력이 뛰어나고(에스트로겐의 영향), 약지가 긴 사람은 승부욕이 강하다(테스토스테론의 영향).
-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주고 싶으면 아파트 5층 이하, 집중력을 길러주고 싶으면 고층에 살아라.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때, 고층에 사는 친구들에게는 심리적 거리를 느껴서 나오라고 잘 부르지 않는다.
- 현재 한국의 기대수명이 130세 이상이다. 정년이 늘어나고, 청년실업이나 경단녀는 사라질 것이다.
- 영화 '인턴'이 한국의 미래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인지심리학자의 자문을 받았다. 학자들은 이 영화에 관하여 '미국 자본과 미국 배우를 써서 한국에 관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 건강하게 오래 버티려면 행복해야 한다.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도구다. 즉,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을 수단으로 써야 한다.
- 행복은 크기보다는 빈도다. 한 번의 큰 행복보다 여러 번의 작은 행복이 낫다. 다만 '부킹 프라이스(booking price)'가 있어서 너무 작은 행복은 행복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 가장 확실한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는 것
-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의 80% 이상이 먹는 이야기이다. 어떤 시련이 닥쳤을 때 누구와 무엇을 먹었는지에 관하여 약 70가지의 패턴이 나온다.
- 취미나 여가도 행복의 한 방법이 되지만, 한국인들은 취미를 가지는 순간 장비경쟁에 돌입한다 (고딩 동창 약 20여 명이 만나서 등산을 하기로 했는데, 당일 17명의 엄홍길 대장이 왔다고 하심 ㅋㅋㅋ)
- 다른 행복의 방법 중 하나는, 내 일과 상관 없는 분야의 공부를 하는 것이다. 초심자로 돌아가서 기초부터 하나씩 배우면서 성장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 사람한테 상처받아서 마음이 아플 때, 뇌는 신체적으로 다친 것과 동일하게 인식한다. 그래서 몸을 풀어야 한다.
- 좋은 음식을 먹고, 막힌 혈관을 풀고(마사지, 목욕 등), 푹 잔다. 이것을 심리학자들은 심리적 심폐소생술이라고 부른다. ("잘 푸는 거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바디프렌드에 몸을 넣으세요."라고 하심요. ㅋㅋㅋ)
- 행복하기 위해서는 관계가 중요하다. 그러나 좋은 관계를 많이 맺는 것만큼, 나쁜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하버드의 유명한 행복에 관한 연구 결과, '관계'가 행복의 열쇠라고 하면서 혼자 사는 사람이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보다 더 불행할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 이 연구결과의 맹점은 대상자들이 다 남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배우자의 사망 시 남자들은 대부분 기력을 잃고 여명이 단축되었는데, 여자들은 잠깐의 애도기간이 지난 후에는 오히려 활력을 찾았다고 한다. 나쁜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