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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 가꾸는 건축가 Oct 03. 2021

세평의 행복, 연꽃빌라

'카모메 식당'으로 인지도가 있는 무레요코의 '세평의 행복, 연꽃빌라'     


책 속의 집을 그리다.  

   

세 평의 원룸(우리나라에서는 고시원같은 형태)으로 이사간 교코(45살)의 삶에 대한 잔잔한 이야기는 현재 일본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45살까지 열심히 일하다가 그때 까지 번 돈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기 위한 3만엔(약 30만원)의 월세방과 7만엔의 생활비로 80살 넘어까지 살아가겠다는 모습은 저성장 시대의 일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것은 이후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른 나이에 평생 노후자금을 모아서 은퇴하는 파이어족이 생기고 있다. 은퇴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을 꿈꾸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 지고 있다.     


연꽃 빌라는 사십년 정도 되는 오래된 곳으로 4명이 거주하고 있다.

“사십년도 족히 넘었지. 자칫하면 오십년도 더 됐으려나?” 라고 추측하는 것처럼 너무 오래되어서 그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정도이다. “화장실이라 샤워실은 공동이고, 방은 세평에 벽장이 한칸 붙어 있어. 부엌은 반 평”이다. 월 임대료는 관리비 등을 포함하여 3만엔이다.     

4~5만엔정도면 더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는데, 교코가 모은 돈이 약 4억원 정도니 45살부터 85살까지 40년을 매달 10만엔(100만원)이면 약 5억원이 필요했다. 그러니 3만엔으로 어쩔 수 없이 오래되고 불편한 집을 얻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교코가 정한 빌라는 오래된 주택가 안쪽에 있었고, 넓은 대지에 아주 오래된 큰 저택 사이에 비좁게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2층은 오래된 나무들에 가려 어두웠다. 큰 현관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각 방으로 들어가는 출입문 세 개가 나란히 위치해 있었다.      

“입구부터 가까운 쪽부터 1호실, 2호실, 3호실 이라고 나무 미닫이 문에 작은 번호판이 붙어 있었다.”     

1호실은 사이토, 2호실은 교코(주인공), 3호실은 구마가이, 창고는 고나쓰가 쓰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쪽으로 미닫이 문에 1,2,3호실 글자가 붙어 있고, 미닫이 문을 열면 작은 부엌과 붙박이 장, 그리고 5장의 다다미가 있는 3평의 방이 있다. 방 맞은 편에는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고, 관리인이 관리하여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창고는 복도 끝의 방으로 월세 8000엔으로 부엌이 없는 창고에 사람이 살고 있다. 창고에는 번호판도 붙어 있지 않고, 한평 반이 조금 넘는 크기에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다.      


같은 곳에 살면서 서로 얼굴도 모르고 사는 우리나라의 도시에서의 삶과 다른 공동 공간을 사용하면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삶을 서로 이야기하는 '연꽃 빌라'의 삶을 통해서 살아있는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생기고 있는 서로의 공간을 공유하는 공동주거가 저성장 시대의 우리나라의 삶의 형태에 대한 대안을 찾아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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