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소식을 듣고 너를 기다린다.
내 일정을 급히 다 접고 너만 기다린다. 얇은 바지 하나만 입고서 너 온다는 거리에 선다. 찬바람 가운데를 서성이는데도 어쩐지 춥지가 않다. 네가 갑자기 온다고 해서다.
온다고 하니 문득 더 보고 싶은 너.
그런데 아침에 무얼 잘못 먹었던 걸까. 30분 거리의 어린이집을 오가느라 멀미가 났던 걸까. 등원하자마자 너는 이모네로 하원.
제 아빠의 차에서 내리는 너를 온몸으로 받아 내린 후 네 두 손을 내 두 손에 꼭 안고서 이모 집으로 향한다.
"이모, 놀자."
응? 배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네가 하는 말. (평소에도 늘 이모만 보면 하는 그 말.) '놀자'라는 단어를 들으니, 어린이집에서 토했다는 녀석치고 조금은 씩씩해 보여 그래도 안심이다.
온종일 우당탕탕.
망가진 음악 테이프 필름을 꺼내 집 안 이곳저곳에 이어 붙이며 레이저 광선 피하기 스파이 놀이를 하고, 검정콩을 죄다 쏟아 콩 그림을 그리다가 다시 콩 줍기 놀이도 하고, 평소 만들어 놓은 고유어 카드로 보물찾기 놀이도 하고, 정전기 부스터를 이용한 풍선 공중 부양 놀이도 하고, BBC Earth 방송 틀어 자연과 먹거리를 좋아하는 널 위해 심해 다큐멘터리와 푸드 팩토리 다큐멘터리도 혼을 빼고 보고.
그렇게 꼬박 해가 지고 밤이 다 지도록 놀아 놓고,
이제 그만 집에 오라는 제 엄마의 전화에,
"오늘 이모랑 많이 못 놀았단 말이야."
(읭? 지금까지 난 온종일 뼈 빠지게 너랑 놀았는데 그건 다 뭐고?)
너와 온종일,
그렇게 온종일.
푹신하고 통통한 네 뱃살, 내 뱃살 서로 껴안고 서로 부둥키고 서로 키득거리며,
온종일 그렇게 너와 하염없이 뒹굴뒹굴,
한없이 너와,
그렇게 오직
너와 온종일,
너로만 물들었던
우리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