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며 매번 '시작' 혹은 '끝'을 '두려움'과 동일선상에 올려 두었다. 그 두려움의 정체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죽음'을 '두려움'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삭제해 버린다. 그리고 그것을 가볍게 '자유' 속에 다시 집어넣는다.
'나'는 죽음을 불과 3~4일 앞두고 선택을 한다. 병원 기계에 매달리는 마지막보다 '그랜드호텔'이라는 다소 환상적인 마지막 목적지를선택한다. 그곳은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 그것도 의지할 데가 없는 '불쌍한' 처지의 사람들이 생의 마지막 의미를 만들거나 마지막 숨을 거두기 위해 가는 곳이다.
'나'는 매일을 마지막처럼 사는 법을 이전 세대를 통해 배우고, 다음에 올 세대에 그것을 전달하며 죽음을, 아니 어쩌면 그다음 '삶'을 기다린다.
누구나 푸른 세계를 만날 수밖에 없지만 그 푸름을 인식하고 사느냐, 혹은 인식하지 못한 채 죽느냐는 커다란 차이를 남긴다. 이 소설에는 삶과 죽음에 관한 슬픈 서사가 그려져 있지만 슬픔을 슬픔으로 끝내지 않는다. 그 모든 '푸른' 혼돈을 사랑하라 이른다. 푸른 세계는 아름다움을, 그리고 자유를 남긴다. 그 아름다움은 '제대로 살아감'과 '나로 살아감'이라는 명제에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가 두 눈으로 마주 보아야 할 것은 과연 어떤 색채의, 어떤 생일까?
푸른 세계 앞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 살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필사>
▷아무것도, 절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때 당신의 본질과 진정한 당신이 등장한다.(44)
▷통증은 항상 비슷하다. 겪을 때는 참기 힘들지만 지나가면 잊어버린다. 마음의 통증은 그와 정반대다. 통증이 처음 나타날 때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고통이 얼마나 커질지 전혀 상상할 수 없다.(12)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는 너를 다르게 만드는 것, 사람들이 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 네가 그들이 바뀌길 원하는 것을 말해.(122)
▷나는 푸른색 보청기를 빼고 내 혼돈을 사랑했다.(171)
▷나는 죽어가고 있었지만 깨달았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하거나 나 자신이 원치 않는 사람이 되고 나서야 정말로 자신이 누구이고 이 세상으로부터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된다는 것을. (146)
▷오늘 나는 삶을 깨웠으니, 내 두 번째 기념일이다. 마지막 생각은 내 혼돈에서 나왔다. "그래, 한번 해 보자." 이 말이 항상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어야 하리라 바로 그 순간, 푸른 세계가 내 안에서 폭발했다. (181)
▷너는 두려워하는 게 두렵지도 않니? 네 행동의 결과를 두려워하는 것 말이야.(30)
"하루는 태어나고 하루는 살고, 마지막 날에는 죽어요. 오늘은 당신이 사는 날이에요."
덧: 지난 3월 빌려 읽었던 책인데 이번 '이 여름 소설 한 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새로 구입했다. (이미 읽은 책을 다시 구입하는 일이 좀체 없는 나다. 그만큼 다시 보고 싶었다.) 두 번째 읽는 것이었지만 두 배 더 새로웠다. 그리고 감사했다.
1. 관전 포인트: 내 안의 푸른빛을 따라가다 보면보이는 것들.
2. 명장면(한 줄):"그렇다. 우리는 천년을 사는 게 아니라 하루를 산다. 그리고 그다음에 하루, 그리고 또 하루 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을 저당 잡히게 하는 그들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25)
3. 추천 독자: 오늘 하루가 소중하지 않았던 누군가
1일 1소설 핫썸머* 프로젝트!
하루 한 권의 소설을 느긋이 읽고 하루 한 번 조급히 리뷰를 올립니다. 소설 한 잔으로 이 쨍쨍한 여름을 뜨겁게 마셔 버립시다, 렛츠기릿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