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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Sep 04. 2024

우정 시뮬레이션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우정 AI, 메이트가 작동됩니다

"헛똑똑이 메이트(우정AI)를 믿어도 될까?" (123)



안 믿으면 어쩌려고? 지금 나한텐 친구가 한 명도 없는걸!


중학교 3학년 3월 2일, 그날이 되고야 말았다. 나, '지안'은 2학년 때 친구들과 다른 반이 된 터라 3월 2일이 두렵다. 그런데 이게 웬일? '채린이'라는 아이가 자기 무리를 끌고 내 앞으로 다가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친구 하자!"

인공지능 '메이트'가 너, 지안이를 내 친구로 추천했다는 채린. 이 손을 덜컥 잡아도 될까? 그러나 코가 자. 우선 '메이트'를 믿어 보기로 한다. 우정은 살면서 차차 맞춰 가기로 한다.

 그런데 지안은 친구 찾기 여정에서 또 다른 친구도 만난다. 바로 '강은서.' 왠지 내면이 단단해 보이는 은서를 나의 메이트가 추천했다. 과연 누구와 친구를 해야 '나'가 '나'로 숨을 쉬고 '나'가 온전히 '나'로 수 있을까?


사랑에만 중매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소설 속에서는 디지털 발자국들을 모아 '우정 정보'를 조합하고 추천하고 관계의 다음 스텝까지 안내한다. 이른바 '우정 중매'라고나 할까.


그렇게 우정 AI로 얻은 '우정' 안에서 우리는 정말 친구였을까?

아니, 친구가 대체 뭘까?


이 소설을 읽으면 '너랑 친해지고 싶어' 쪽지를 받았던 학창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억지로 대화 분위기와 일의 수준을 맞춰 가며 뱁새가 황새 따라가듯 일해야 했던 내 예전 직장 생활이 떠오르기도 한다. (쫓아가던 그 뱁새는 황새와의 갈등 폭발로 '퇴사'라는 정점까지 찍었다는 후문이다.) 


'나'의 우정 서사를 돌려 보며 과연 내게는 어떤 우정 시뮬레이션이 적합할까 고민해 보았다. 빅스비는, 시리는, 챗GPT는 나에게 어떤 친구를 추천해 줄까? 혹 그런 세상이 온다면,


난 그 운명을 실천해야 할까,

아니면 내 안의 '진심'을 실행해야 할까?


청소년 소설이라는 껍질만 보고 살짝 가벼우리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이 소설, 의외로 단단하다. 그리고 깊숙이 인간관계의 내밀한 고민을 함께 나누어 준다.

한 번쯤 '지안'처럼 관계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렸던 분들이라면 이 소설을 일독해 봐도 좋겠다.



<눈길이 멈추던 문장들 필사>

1. 손발에서 땀이 배어 나오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 안에는 준비된 진심이 없었다. 진심은 냄비에 쏟아붓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부대찌개 밀 키트가 아니니까. 기슭에서부터 봉우리까지 한 걸음씩 오르는 산과도 같으니까. (14)

2. 새로운 친구란 말을 들은 심장이 갈비뼈 안쪽 공간을 뛰놀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얼마나 절박하게 친구를 원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2반 교실에서 살아남으려면 친구가 필요했다. 그 친구가 누구든 말이다. (32)

3. 소라, 소연이가 있는 단톡방에 메시지를 올린다. 이 방은 펼쳐 놓고 페이지를 넘기지 않아 먼지만 쌓이는 책과 같다. 내가 채효미와 어울리는 동안 소라와 소연이는 한 반에서 지내며 더더욱 단짝이 되었고, 새로운 친구들도 생겼다. ... 이렇게 천천히 예의 바르게 헤어지는 중인 걸까. (47~48)

4. 답은 나도 알았다. (...) 지금이라도 내 생각과 느낌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나를 못 믿겠다. 나보다 똑똑한 누군가의 조언이 절실하다. 그 대상이 인공 지능 앱이라 할지라도 나 혼자인 것보다는 나았다. (182)





1. 관전 포인트: 시뮬레이션으로라도 관계를 돌이키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2. 명장면(줄): "나는 인공 지능이 아니라서 두근거렸다가 뜨거워졌다가 들썩이는 심장이 있단 말이지." (155쪽)

3. 추천 독자: 절교를 해 봤거나 하고 싶은 친구들, 인간관계에 조금쯤 넌더리가 난 어른들




1일 1소설 핫썸머* 프로젝트!

하루 한 권의 소설을 느긋이 읽고 하루 한 번 조급히 리뷰를 올립니다. 소설 한 잔으로 이 쨍쨍한 여름을 뜨겁게 마셔 버립시다, 렛츠기릿 +_+

(핫썸머*: 외래어 표기법 대신 일상 언어 표기를 따름.)


*추신: 이 리뷰(작품 해독)에는 오독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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