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어느 누구든 들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편의점을 배경으로 쓴 소설은 이야기가 더 풍성해질 수도, 혹은 그런 이유로 한 인물의 일관된 서사가 조금 싱거워질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첫 장에선 '페로몬 점장'이라는 설정이 조금 과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중년 여성들을 왜곡되게 그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최애'가 있는 내 모습을 돌이켜본 후 남 말 할 처지는 아니다 싶어서 곧 반성하였다.)
20~30쪽까지는 조금 뻔하지 않은가, 하며 읽기도 했지만 그래도 '조금 더 넘겨 보자'는 다짐으로 넘기다 보니, 드디어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장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러 인물이 느슨하게 결합된 이 편의점이란 구조에서 특히 세 인물에게 관심이 갔다. 타고난 재능은 아니지만 몇몇이 '선호'하는 애매하고도 특별한 재능으로 새로운 만화기의 꿈을, 나아가 자기만의 새로운 장르를 시작해 보려는 요시로.
그리고 친구 사이에서 '옴짝달싹 올가미'에 갇힐 뻔했던 아즈사. 아즈사에게 매주 화요일,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은 달콤한 길이었다. 디저트를 몰래 먹으러 다니던 그 길은 자기만의 숨 쉴 구멍이기도 했다.편의점에서같은 반 친구 나유타를만나면서 겉모습만 친구였던 가짜 친구에게서 빠져나와 진짜 친구를 알고 만나고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은퇴한 후 부인과 딸에게서 소외감을 느끼던 다카지. 다카지는 편의점에서 만난 어린이 친구와 이인삼각 경기에 참여하기로 한다. 딸의 운동회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손자 같은 친구를 만나 '할아버지 대행'을 성실히 수행해 낸다. 잔잔한 이 연결고리는 다카지에게도 히카루(다카지가 새로 사귄 초등 친구)에게도 생활의 활력과 훈훈한 인연을 만들어 준다.
이 세 사람 주변에는 <편의점 인물>들이 있다. 이들은 거의 편의점에 상주하는 점장 혹은 점장의 형, 혹은 편의점 단골들이다. 이들은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과 조금은 거리를 두고그들을지켜'만' 보다가편의점이라는 무대에 오른 이 '손님 주인공'들이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할 때 쓱 나타난다. 나타나서 하는 일은?그들의 두 손을, 혹은 흩어진 그들 안의 두 마음을 슬며시 이어 준다. 그래서 이 편의점에서는 사람 소리가 들리고, 사람 냄새가 풍긴다.
때론 몇 개의 장면들만으로 충분한 소설이 있다. 모든 게 완벽했다고 말할 수 있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사람 사이의 '꿀조합'을 '편의점 꿀조합 레시피'처럼 들려주는 이 소설이 내겐'충분한 소설'이었다.
1. 관전 포인트:현실 편의점과 판타지 편의점 비교 체험
2. 명장면(한 줄):"점장이 '저는 항상 여기에 있을 테니까요'라고 말해 주니까 왠지 기쁘더라고." (155쪽)
3. 추천 독자: 편의점이 '참새 방앗간'인 사람들
1일 1소설 핫썸머* 프로젝트!
하루 한 권의 소설을 느긋이 읽고 하루 한 번 조급히 리뷰를 올립니다. 소설 한 잔으로 이 쨍쨍한 여름을 뜨겁게 마셔 버립시다, 렛츠기릿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