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을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은 나. 그러나 이 소설에 나오는 '피망마켓'만은 이용해 보고 싶다. 그러다보면 원귀를 물리치는 9급 공무원 '준서'를 만날지도 모르고, 마침내 자신만의 '특기'를 찾은 '시온'을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얼핏 《보건교사 안은영》이 떠오르는 소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라 그런지 더 재밌게 몰입했다. 꽤 깊은 울림도 있었다. (물론 두 작품 모두 비교 불가한, 각자의 개성이 있는 소설들이다.) 물컹거리고 일렁이는 검은 그림자들이 자꾸만 눈에 보이던 시온은 언젠가부터 '눈에 뵈는' 것이 없는 사람인 척 살아간다. 그것이 자신만의 생존 전략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런 전략에도 불구, 어떤 친구들은 시온의 과거를 들춰 공격하고 심지어 시온의 집안을 '콩가루 집안'이라 일컫는다. 큰아버지는 신부님, 할머니는 무당, 그리고 다른 이는 목사님 혹은 스님 등등. 그런데 시온은 점점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그 의구심은 이런 문장들로 떠오른다. '콩가루 집안 출신'이면 어때서? 그게 뭐?
언뜻 보기에 시온의 능력은 약점이다. 누군가 그렇게 불렀고 누군가가 그런 시온을 비난했다. 그러나 누가 낙인을 찍어 버린 그 약점들도 모이면강한 점, 즉 강점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시온'에게 그 약점들은 결정적인 순간 자신을 지켜 주는 믿음직한 무기가 된다. (꽤 거대한 방어 무기다.)
저승사자와의 멋진 협업을 통해 원혼을 달래며, '시온'은 자신만의 특기를 발견해 가고 점차 자신만의 '시온 장르'를 만들어 나간다. 시온은 이제 안다. 누구도 아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그 사실이 다른 사람의 손가락질보다 더 중요한 진실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시온이라면?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을까?
이대로 손가락질을 계속 받으며 그냥 살아갈까?
아니면 그 손가락들을 모두 펼쳐 두 손바닥을 맞대게 해 볼까?
맞댄 두 손바닥은,
우리에게 박수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까?
1. 관전 포인트: 당신이 아는 그 사람이 정말 그 사람이 맞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2. 명장면(한 줄):"지금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라도, 혹은 조금 특별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것까지 모두 포함해 '이시온'이니까." (154)
3. 추천 독자: 중고마켓에 중독된 사람들(?), 자기 정체성을 찾고 싶은 사람들
1일 1소설 핫썸머* 프로젝트!
하루 한 권의 소설을 느긋이 읽고 하루 한 번 조급히 리뷰를 올립니다. 소설 한 잔으로 이 쨍쨍한 여름을 뜨겁게 마셔 버립시다, 렛츠기릿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