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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Aug 29. 2024

라디오 체조

국민 체조~ 시~~ 작~~~

제대로 호흡하려면 가끔은 엉뚱해져야 



(스포 주의)



내게도 '이라부'가 있을까

아니 나도 가끔은 '이라부'였을까



'공중그네'라는 책을 혹 보셨다면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얼마나 엉뚱했는지 기억하실 거다. 약 10년 전에 읽었던 '공중그네(2015)'를 떠올리며 집어든 '라디오 체조.' 오쿠다 히데오 작품에 한때 빠져 지냈다. 그러나 약간은 뻔해진 위로에 그간 '이라부'식의 위로를 잊고 살았다.


그러다 맞닥뜨린 '무려' 9년 만의 위로. 말 한마디 시원하게 내보내지 못하는 사람, 모범생으로만 살았기에 흐트러진 공기만 맡아도 광장공포증이 생겨 버리는 사람, 내 생활 반경을 넘어선 곳에서는 활달했던 자신을 통째 잃어버리고야 마는 사람, 방구석에 박혀 사람과 어울리는 대신 주식 그래프와만 어울리는 사람 등등. 그들의 현상과 증상이 빚어낸 '보이지 않는 상처'들은 내 호흡까지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나도 한때는, 아니 지금도 이따금 <심장의 방망이질과 거북한 호흡과 지진이 날 듯한 동공>을 지니고 산다. (그리고 그 해결 방법을 뚜렷이 찾지는 못하여 이렇게 열심히 쓰고 또 쓴다.)



말도 안 되는 해결 방식으로 상대를 당혹스럽게 만들 때도, 몰라라 하는 듯한 처방 미션에 환불 욕구가 차오를 때조차도 환자들은 이라부를 떠나지 않는다. 어쩐지 미심쩍어하며 이라부 박사의 길을 따라 걷게 된다. 때로는 과하고 때로는 이런 의사가 어디 있겠어,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명쯤 이 세상에 이라부와 같은 의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이라부와 같은 용기를 건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대상이 나 자신이어도 좋겠고.)

  

지금까지,

지칠 이유가 하등 없는데도 자꾸 지쳤다는 생각이 들 때 꺼내 보면 좋을 책, '라디오 체조' 리뷰였다.




1. 관전 포인트: 나라면 이라부의 말에 따랐을까?

2. 명장면(줄): "이라부가 한 말은 옳았다. 나는 지각을 해야 한다." (238)

3. 추천 독자: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지만 자꾸만 세상 앞에서 움츠러드는 독자




1일 1소설 핫썸머* 프로젝트!

하루 한 권의 소설을 느긋이 읽고 하루 한 번 조급히 리뷰를 올립니다. 소설 한 잔으로 이 쨍쨍한 여름을 뜨겁게 마셔 버립시다, 렛츠기릿 +_+

(핫썸머*: 외래어 표기법 대신 일상 언어 표기를 따름.)


*추신: 이 리뷰(작품 해독)에는 오독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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