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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Oct 26. 2024

경기도민, 서울 도서관 헤집기 프로젝트 스타트!

방구석에서 도서관 구석구석으로

서울에 있는 도서관 구석구석을 투어해 보면 어떨까.

오래전 품고 있었던 한 자락의 마음이 내 두 손을 움직였다.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대리님, 안녕하세요. 재직증명서 발급 가능할까요?
-죄송합니다. 프리랜서라 재직증명은 안 되고 위촉증명서나 다른 증명서는 발급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서울에 안 살아도 서울에 직장이 있으면 서울 도서관증 발급이 가능하다. 단 재직증명서가 필요하다. 밑져야 본전. 직장에 요청해 보았다. 오로지 내 도서관증 발급을 위해 누군가를 귀찮게 한다는 게 좀 죄송스러웠지만 조금만 더 뻔뻔해지기로 했다.


-위촉증명서라도 괜찮을까요?
-오, 그 증명서라도 발급해 주시겠어요?
-여깄습니다, 해촉증명서.
-앗...


그러나 대리님은 건강보험과 관련된 서류인 해촉증명서를 보내왔다. (응? 이게 아닌데...) 곧 포기하고 번거롭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 후 급히 이 사태를 마무리했다.


'나, 그럼 이대로 포기해야 할까, 서울 도서관 투어?'


물론 도서관증 없이도 도서관 구경을 다니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구경이 아니라 구석구석에 놓인 그 도서관의 책을 직접 빌리는 대출자가 되고 싶다. 도서관을 '겉핥기식'으로 만나고 싶지 않다. 한 도서관을 적어도 한두 달 이상 다니며 그곳의 온도, 습도, 공기를 조금 더 자세히 만나고 싶다. '방문객' 말고 그곳에서 책을 읽고 시간을 읽고 내 마음도 읽는 '진짜 이용자'가 되고 싶다.



-근데, 친구야. 굳이? 집 근처 도서관 많잖아?

-응. 그래도 도서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우연한 책들>과 운명적으로 만나고 싶어!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더니 '책이음' 제도라는 게 있었다. (책이음에 가입한 도서관의 책은 어느 지역이든 일정 절차만 거치면 이용할 수 있는 제도.)


책이음이라... 예전부터 이름만 들어 봤지, 이렇게 나의 욕구와 맞닿은 제도일 줄 몰랐다. 몇몇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엄청' 추천하는 제도는 아니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서울시민도 아니고 재직증명서도 발급받지 못한 나에게는 '책이음'이 유일한 방법인 듯 보였다. 우선 자관 도서관(내가 평소에 다니는, 내 소속의 지역 도서관)에 가서 도서관 회원증 및 회원 정보를 '책이음' 관련 정보로 바꾸고 회원증도 교체했다. (이전 도서관증은 사서분께서 과감히 잘라 버리셨다. 폐기해야 한다고.)



그리고 서울에 있는 용산도서관을 찾았다. 일을 마치고 들어올 때면 한 번 가 보고 싶었던 도서관이었다.


-저기, 책이음 '반입' 가능할까요?


해당 도서관에 가서 '반입'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그 도서관의 책을 대출할 수 있다고 한다. 미리 자관 도서관에서 책이음 회원에 가입해 둔 터라 '반입'만 하면 되었다. 의외로 절차는 순조로웠다. 모바일 회원증만 있어도 되겠느냐고 물어 와서, 죄송하지만 실물 카드도 발급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래서 살짝 시간이 걸리긴 했다. (이러다 도서관증 수집가가 될 판이다. 이사 오기 전 경기도립도서관 관련 회원증, 살던 곳인 ㅇㅇ시의 도서관증, 그리고 새로 이사 간 곳의 도서관증, 마지막으로 서울의 용산도서관 회원증...)



그리고 드디어 발급받은!


-이제 서울시교육청 산하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은 모두 이용하실 수 있어요!
-어멋. 진짜요? 이 도서관만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요?
-네. 저희 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한 거라 저희처럼 서울교육청에 속한 도서관은 다 이용 가능하세요.
-어머, 정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매우 능숙하신 일 처리로 내게 회원증을 발급해 주신 사서분께서 새로운 사실까지 알려 주신다. 나는 해당 도서관 한 곳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이 용산도서관이 서울시교육청 산하 도서관이어서 그 회원증 하나면 무려 22곳의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 이용할 수 있단다!



오, 이거 이거 서울 도서관 투어가 '완전' 순조롭겠는걸! 자, 그럼 이곳부터 시작해 볼까?

책 빌리기 스타트!



기분이 둥둥 날아오를 듯 좋아진 나는 책이음 카드로 책을 빌린 후(집이 멀어 가볍게 두 권만 빌렸다.) 도서관 옥상에서 바람개비를 배경 삼아 서울 도서관 투어의 시작을 혼자서 자축해 보았다.



이 책이음증 카드를 들고, 또 어느 어느 곳에 바람처럼 닿아 볼까?

나의 도서관 여정, 은근 기대된다~



(추신: 이 도서관은 LP 감상실까지 있다. 이거 넘 멋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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