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배우다

by 서지현

우리 아파트 작은 화단에는 평범한 나무 몇 그루가 심겨 있었습니다. 갈색의 투박한 몸통으로 사시사철 제자리를 지키는 그 나무들에게 저는 별다른 눈길을 주지 않았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나무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가지마다 움이 트고 연둣빛 잎들이 무성해지더니 이내 작은 꽃봉오리들이 맺혔습니다. 나무는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무수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가느다란 가지 위에서 팝콘처럼 톡톡 터져나온 건 다름 아닌 봄꽃의 여왕, 벚꽃이었습니다.


드디어 나무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온 세상이 봄 잔치와 꽃놀이로 크게 들썩이던 때였습니다.

‘맞아, 이게 벚꽃나무였지!’

꽃을 보고서야 저는 잊고 있던 나무의 존재를 생각해냈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의 무심함을 탓했습니다. 해마다 꽃만 반기고 나무는 까맣게 잊어버리는, 제 마음의 가벼움을요.


유난히 춥고 길었던 지난겨울과 꽃샘추위를 견디어낸 나무가 새삼 위대했습니다. 누구 하나 눈길 주는 이 없어도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는 모습이 무척 강인해 보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 뿌리를 내리는 나무의 일생이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벚꽃의 화려한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밤새 세찬 비가 내렸고, 나무는 작고 가녀린 꽃잎들을 사정없이 떨구었습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란 걸 이제는 압니다. 나무는 어제와 같은 자리에 서서 또다시 하염없는 시간을 견디어내겠지요. 한여름의 뙤약볕과 찬겨울의 비바람, 어쩌면 사람들의 무관심과 지루하기 짝이 없는 날들을요. 그러다 때가 차면 또다시 자신만의 꽃을 찬란하게 피워낼 것입니다.


‘열매로 나무를 안다(마 7:16-20)’라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꽃과 열매의 모습으로 그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삶의 뿌리를 예수 그리스도 안에 든든히 박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나만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는 그날까지요.


아랑곳없이 제자리를 지키는 벚꽃나무, 그 뚝심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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