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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May 17. 2019

살은 빼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운동을 하는데 몸무게가 늘다니……. 뭐죠?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고민이 생겼다. 살이 찐 것이다. 대단한 계획을 갖고 시작한 운동은 아니라 수업에 빠지지 않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일단 만족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체중 증가라니! 운동을 하는 중에 몸무게가 느는 건 좀 너무 하지 않나?


다이어트 따위 됐고 춤이나 춤이나 춥시다!


다이어트 따위 됐고 춤이나 추자고 했던 건 분명 진심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즐겁게 땀 흘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이어트 댄스니까 신나게 춤을 추다 보면 살은 저절로 빠질 거라고 내심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되레 2kg이 찌고 말았다. 


처음엔 몸무게가 늘고 있는지 몰랐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몸무게를 재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날도 나는 신나게 운동을 끝내고 집에 가려는 참이었다. 그때 선생님이 이러는 거다. 

“운동 끝나고 가서 바로 밥 먹고 그러면 안 돼요. 운동 앞 뒤로 2시간은 공복이 좋아요. 탄수화물이나 당 너무 먹지 말고.”

“엥? 나는 맨날 운동 끝나고 집에 와서 씻고 밥부터 먹었는데?”

운동하고 난 뒤라 어찌나 밥맛이 돌던지 참 많이도 먹었다. 그날 집에 와 몸무게를 재보니 정말 2kg이 늘어 있었다. 갑자기 찐 살의 원인이 아이러니하게도 운동에 있다니


막상 몸무게가 늘고 보니 이러면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이 찌지만 않았어도 댄스 앞에 붙은 ‘다이어트’라는 단어에 욕심을 내진 않았을 텐데. 게다가 나는 둘째를 낳고는 언제 빠질지 모른다는 뱃살도 얻지 않았는가.

출처 : http://www.freepik.com


살이 찌고 있는 마당에 선생님의 얘길 듣고도 전처럼 먹어 댈 수는 없었다. 일단 아침부터 안 먹어보자. 아이들 아침을 챙기면서 아침밥을 거르지 않은 게 벌써 햇수로 6년째. 하지만 10시 운동을 하려면 8시 넘어서 먹는 아침은 일단 줄여보자 싶었다.


그런데 그다음에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11시에 운동을 끝내고 2시간 공복을 유지한 뒤 1시가 되면 배가 너무 고파서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것이다. 그때 점심 식사를 하면 내가 음식을 먹는지 음식이 나를 먹는지 나조차 알 수 없다. 식사가 끝나고 정신이 돌아오면 폭식 뒤의 후회만 남는다. 아침밥을 굶을 때만 해도 난 참 호기로웠는데. 인간이 이렇게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비슷한 몸무게를 유지해왔다. 그런 내가 체중 고민을 하게 된 건 둘째 아이를 낳고 난 뒤다. 첫째 때는 두어 달 있으니 쪘던 살이 거의 다 빠졌지만 둘째 때는 그렇지 않았다. 결국 그 살은 육아가 제일 힘들다고 느껴졌던 둘째 돌 쯤이 되자 간신히 임신 전 몸무게로 돌아왔다. 뱃살은 남았으나 체중이라도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살이 다시 찌다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남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여기서 나의 남편을 잠깐 소개하자면, 남편은 살이 찐 사람은 아니지만 항상 체중 조절을 하려고 노력한다. 술을 좋아해서 방심하면 몇 개월 만에 10kg이 찌기도 하지만 마음을 잡고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한 뒤 PT를 받는다. PT가 끝나면 이어서 한 시간 수영한다. 쉴 새 없이 수영을 하고 나와 몸무게를 재면 정확이 0.5kg이 줄어있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은 술도 가급적 자제하고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다이어트식을 먹는다. 그렇게 3개월 정도가 지나면 10kg이 빠진다. 


“오빠! 나 운동을 하고 있는데 살이 쪄. 물론 내가 운동하고 와서 점심을 좀 많이 먹긴 했지만” 

“그러니까 그렇지”

“운동하니까 밥이 맛있어서 그렇지. 배가 고픈데 어떻게?.”

“배가 고픈 걸 참아야 해”

“……."

배고픈 걸 참아야 한다는 말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나는 배고픈 걸 참아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 

“먹은 것보다 쓴 게 적으면 살이 찌는 거야. 사람의 몸은 정직한 거야.” 

아마 남편 같은 사람은 평생 살찐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겠지 하는 생각이 속으로 들었다.

남편은 성인 여자는 하루 평균 2000kcal를 소비하는데 그것보다 덜 먹으면 천천히라도 살은 빠지게 돼 있다며 같이 저녁엔 다이어트식을 하자고 권했다. 


남편의 조언에 따라 나는 아주 약한 의미에서의 식단 조절을 하기로 했다. 작정하고 다이어트를 할 만큼 절실한 상황은 아니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다. 스스로 정한 규칙은 한 끼에 500Kcal 정도를 먹는 것이다. 


떡볶에는 언제나 옳다.


그런데 막상 식단 조절을 하자 마음을 먹으니 갑자기, 불현듯, 뜬금없이,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어 지는 것이다. 살은 빼고 싶지만 떡볶이가 먹고 싶다. 이렇게 갈대 같은 의지로 운동도 하고, 음식조절을 하며 살도 빼려 하다니 내 욕심이 과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지금 떡볶이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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